[특파원스페셜]깨어진 위안화불패론, 절상전환 시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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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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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둔화와 금융불안에 자금유출 지속, 한국 위안화 허브 깃발들어

인민은행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그동안 변함없이 절상되어오던 중국 위안화가 올해들어 약세를 지속하면서 외국인들의 위안화 투자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모건 스탠리와 미국 예탁결제청산소에 따르면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입은 위안화 투자 손실이 연초 이후 지난달말까지 20억달러에 달했다. 위안화 상승에 베팅한 개인 투자자들의 통화 옵션 거래 규모는 332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들이 위안화 상승에 대비해 거래한 통화 선물거래에서 35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까지 약 10년 가까이 위안화 가치는 상승 추이를 지속했다. 이 때문에 투기적 거래자들을 중심으로 외환시장의 트레이더들은 위안화 환율과 관련, 상승 일방향의 베팅에 집중해 왔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7%이상의 고성장을 거두고 있고,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4조달러를 넘어서며, 서부대개발이나 내수확대 등의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달러/위안 환율은 지난 1월14일 6.0406위안을 기록하며 20년내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달 21일 환율은 6.2370위안까지 치솟았다. 이는 1년내 최저치다. 지난 4일 환율은 6.1557이었다. 

◆실물경기 불안에 위안화 팔자 두드러져

위안화의 약세 흐름은 2월 중순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위안화 약세 베팅은 3월달들어 전달대비 거의 두 배가 증가했다. 로이터가 집계를 시작한 2010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인민은행이 위안화를 약세 유도하면서 위안화가 일방적인 강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3월이후 중국 각 회사의 주식, 그리고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국내 투자 자금 유출을 한 층 더 빠르게 하고 있다.

위안화를 약하게 만드는 이같은 현상들은 중국 경제의 안정적인 발전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에서 비롯하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 성장 속도가 낮아지고 있는 동시에 부도위기에 몰린 한계기업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기업부도는 금융불안으로 이어지며 외환시장도 출렁이게 된다. 중국기업들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했던 외국의 기관투자가들은 더 큰 충격이 오기전에 투자금을 현금화해 본국으로 가져가야하는 만큼, 리스크절감 측면에서 투자자산을 본국으로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10여년 이상 시장을 주도해온 '위안화는 지속적으로 강세를 띌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 역시 이처럼 불안감을 보이고 있는 시장에 대해 표면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정부개입을 최소한으로 하면서 시장의 가격결정기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게 중국당국의 정책목표다. 부실채권과 디폴트채권의 정리과정에서 시장은 고통을 겪을 수 있지만, 이를 용인하겠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지난달 리커창 총리 역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일부 기업들이나 일부 상품의 디폴트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의 경상항목 흑자는 1828억 달러에 달했으나 전년 2154억 달러보다는 15% 줄었다. 하지만 직접투자를 비롯한 자본과 금융항목에서는 318억 달러 적자에서 지난해 3262억 달러 흑자로 돌아서면서 전반적인 국제수지 호조를 이끌었다. 위안화 불패론에 근거해 외국자본들이 중국에 대거 유입되면서 지난해 위안화 가치가 크게 올랐다.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도 줄어들 전망이다. 또한 중국의 경기둔화와 맞물려 직접투자와 자본투자 역시 올들어 주춤한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이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로 이어진 셈이다. 결국 위안화가 평가절하 행진을 멈추는 시점은 중국경기가 호전되는 시점에 연동될 것으로 분석된다. 

◆일중 변동폭 확대와 위안화 국제화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위안화국제화의 보폭은 빨라지고 있다. HSBC의 스튜어트 걸리버 CEO는 지난달 27일 열린 위안화 포럼에서, 위안화의 자유태환을 '2017년' 이전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환율시스템의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하면서 시장 예상보다 시점이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다. 인민은행은 위안화의 일방적 강세를 저지하면서 환율 변동폭 확대의 바탕을 마련했고 위안화 환율 결정에 시장의 힘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TCW 그룹의 데이비드 로빈저 애널리스트는 역시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을 시장에 맡기되 상승 뿐 아니라 하락까지 포함한 양방향의 움직임을 원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최근 해외 기업이 중국 본토에서 위안화 채권을 발행하고 상해거래소가 외국인 지분 제한을 완화하는 등 투자장벽을 낮춘 것은 중국 자본시장이 더욱 개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은 다른 나라의 실수를 교훈 삼아 자본계정 자유화 이전에 경상계정을 자유화하고, 상하이 자유무역지대 시범 운영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HSBC는 이러한 점에 비추어 위안화의 자유태환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이른 시점에, 아마도 향후 2~3년 내에 이루어 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 중국인민은행은 지난달 17일부터 은행간시장에서의 위안화 대미달러환율의 일중변동폭을 매매기준환율(고시환율) 상하 1.0%에서 2.0%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변동폭 확대 조치는 2012년 4월 이후 2년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인민은행은 외환시장 발전, 민간부문의 가격결정 및 리스크관리 능력제고 등으로 시장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환율결정에 있어 시장원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설명했다. 미국 재무장관 잭 루 역시 "이번 조치를 통해 위안화가 환율 자유화에 더 가까이 다가간 것"으로 평가했다.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지속, 내외 금리차 등을 고려할 때 위안화 절상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중신증권은 위안화 환율변동폭 확대가 위안화의 절하추세로의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언급했으며 골드만삭스 역시 "위안화가 일시적인 절하압력을 받을 수 있으나 장기적인 절상기조는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바클레이즈는 "위안화의 장기절상 기조는 유지되겠으나 금번 조치로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상속도를 다소 완만하게 유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향후 1년까지의 위안화 환율상승 정망폭을 하향조정했다. 

◆대한민국의 위안화 허브

위안화가 국제화의 길목에서 요동을 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는 우리나라에 위안화로 거래가 가능한 '위안화 허브'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일 한영금융협력포럼에 참석해 한국을 중국 위안화 국제거래의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국 금융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했다.

한국은 위안화 허브를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한중 무역규모는 무려 2289억달러에 이르렀고 우리나라의 흑자 규모도 628억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위안화 결제비중은 1%를 밑돌고 위안화 채권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은 홍콩의 위안화 역외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심지어 영국·독일·프랑스 등이 위안화 허브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과 상반된다. 외국의 위안화허브 노력은 중국의 금융·외환시장이 개방되기 전에 위안화 표시채권 발행, 중국 자본시장 투자 등이 허용되는 위안화 역외시장에서 사업기회를 찾는 한편 새로운 금융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국내에 원·위안화 직거래시장을 만들고 위안화 예금을 늘리는 한편 위안화 표시 채권이 발행·유통될 수 있는 인프라와 제도를 구축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금융 전문가들도 한국의 대중(對中)무역 규모 등을 감안해 실물에 기반을 둔 허브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위안화 허브로 떠오른다면 국내 기업들은 환전 수수료와 헤지비용를 아낄 수 있는데다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이 활발해져 무역·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다.

베이징의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이 지리적 우위, 중국과의 대규모 교역량 등 이점에도 위안화 허브 선점 경쟁에 소극적이어서 위안화 국제화의 과실을 누리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위안화 무역결재 활성화를 위해 위안화 청산은행 지정, 위안화 적격기관투자가(RQFII) 지정, 원·위안화 선물시장 개설 등 중국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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