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 온 몸에 문신한 화가 오치균 "그림은 내게 생명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4-06-05 12:1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노화랑에서 11일부터 개인전..공황증 이겨내고 그린 신작 '빛 시리즈' 공개

 '형님 포스'가 작렬하는 화가 오치균. 셔츠 사이로 보이는 검은색은 가슴에 새겨진 문신이다. /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영화 '레옹'처럼 동그란 안경을 쓰고 양쪽 바지 주머니에 손을 반쯤 찔러넣고 서 있었다. 흰 셔츠 단추 사이 벌어진 틈에 시선이 절로 갔다.  검게 칠해진 문신이 가슴팍을 덮고 있다. 

 위압감. '형님 포스' 제대로다. "목욕탕에 가면 쩍 갈라집니다. 등판에는 용 무늬가 있거든요. 힐긋힐긋 위아래로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지죠.하하~"

 이 남자, 알고나면 더 놀란다. 조폭(?) 아니야?..정말 화가??.

 (유약하고 섬세해보이는)화가의 이미지를 확 깨는 스타일이지만 우리나라 미술시장에서 '잘팔리는 작가'로 유명한 '오치균'(58)이다.

 ('잘팔리는'는 어느정도일까. 현재 생존한 국내 작가 중 가장 작품 값이 비싼 작가 중 한명이다.  일단, 경매장에 그의 이름만 나오면 품절사태가 벌어진다. 2007년부터 유명해졌다. 1998년작 ‘사북의 겨울’(108×162㎝)이 2007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6억181만원(약 503만1500홍콩달러)에 낙찰되면서다. 국내미술시장에서 '오치균=사야할 그림'이 됐다. 지난해 전 전두환 전 대통령 컬렉션 경매에나온 10점은 모두 추정가보다 비싸게 팔려나갔다. )

 

온몸에 문신을 새겼다는 오치균작가 용무늬가 새겨진 오른팔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박현주기자

온 몸에 문신했지만 '약한 남자' 오치균

오는 11일부터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초대전을 앞두고 있는 그를 전시장에서 만났다.

 2007년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연후 공식적으로 7년만에 만난 그는 달라보였다. '은둔의 화가', '말없는 화가'라는 수식어와 달리 말이 많았다. 그동안 못했던 말, 오해가 있었던 말을 쏟아내기로 작정한 듯했다.

작품보다는 먼저 그의 외모에 집중됐다. ​주먹 쥔 손등까지 문신이다. 손을 펴자 날카로운 눈빛과 이빨을 드러낸 호랑이가 '으르렁' 거리듯 쳐다본다.

처음엔 나비 하나로 시작했던 문신은 이제 온 몸을 덮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단추를 풀어 상반신을 보여줬다. 가슴엔 커다란 날개가, 옆구리에 빨간눈이 빛나는 커다란 해골이 자리잡고 있다. "섹시하지 않나요?" 부끄러움 보다는 자랑이었다. 15년정도 헬스를 했더니 몸이 좋아졌다며 몸매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왜 이러는걸까. "문신은 동물의 왕국 속에서 사는 나를 보호해주는 보호색이에요".


허약한 몸을 감추기 위한 장치란다. "과거에는 몸도 허약했고, 콤플렉스 덩어리였어요"  문신은 그의 자유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감을 상징한다. 왼쪽 손등의 호랑이 문신도 직업병을 낫게할 정도로 마력을 부린다. "오른손으로만 작업을 하니까 왼손이 약해지더라고요. 문신을 새겨넣으니 힘이 생긴것 같아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했다. 셔츠를 벗고 문신을 보여주는 그에게 천진난만함이 흐른다. "앞으로 문신을 사진작품으로 보여줄 것"이라는 그는 감정의 폭이 일반인보다 심하다고 했다. "우울하면 남들보다 몇배 우울하고, 외로움도 남들보다 몇배 더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오치균 '사진=박현주기자


◆'그림에 살고 죽는 남자' 오치균

"휴~. 말씀 드리기 어렵지만 그림이라는게 하다말다 되는게 아니에요."

'친구를 만나냐'는 질문에 그가 잠시 한숨을 쉬더니 비밀을 말해주듯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림하나 그리기가 얼마나 힘든지…." 

 이건 무슨소리인가.

 "사실 (그림이라는게)달라붙어야합니다. 노동력으로, 빤스바람에 죽도록 달라붙어야돼요. 새벽부터 밤까지 진전이 돼야 겨우 나오는거거든요."

 그림만 그리다보니 친구도 없다고 했다.

"사람 만나면 저도 즐겁고 좋은데, 솔직히 그림이 안되면, 저는 행복하지 않아요. 수천억을 번들, (그림이)아니라라면 저는 행복하지 않아요.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그림이 안풀리면 다 안좋고, 그림이 풀리면 다 좋아요.  세상을 다 이해하고 포용해. 마누라하고 싸웠어도 그림이 좋으면 그냥 다 좋아요."

문신 이야기할때, 환한 표정의 그와 달리 그림이야기를 하자 진지한 모습으로 변했다.
 

"외롭다 밥먹자 그게 안되는것 같아요.김연아가 은퇴해서 사생활을 갖고 싶다고 하는데 저는 그심정 이해하는데 저는 그것도 못할 것 같아요. 그게 안되게 살아왔어요. 남들은 그렇게 하면 되지않느냐 하는데 나는 그게 안되요."

그는 몇번이나 "그림그리는게 너무 힘들다" 고 말했다. 3~4일 그렸는데 마음에 안들면 몇번을 '포기할까, 말까'로 고통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행복하다. 작품이 비싸게 팔리고 밥이 해결되서가 아니다.

"돈은 숫자일뿐, 그림은 내게 생명을 연결해주는 절실함이에요. 지금은 살기위한 것이죠. 다른 고통을 그림그리면서 해소시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유명세만큼, 댓가가 큰 듯했다. '비싼 작가'로 등극했지만 30년째 아프고 치열하게 그려왔다. '콤플렉스 덩어리였다'는 그는 "이제야 내가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때가 많다"고 했다. 몇십번을 포기하다가 이런 역경이 지나면 좋은 그림이 나오더라는 기대치가 있으니까 포기하지 않았다.

"혼자 스스로 잘그렸어~. 이런 생각이 잦아지고 있어요. 어쩔수 없이 나는 은퇴도 없이 그림만 그리며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죽어야 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억울함도 없고,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하하."

 

작업실에 벗어놓은 신발사이로 들어온 한줄기 빛을 화폭에 담아냈다고 설명하는 오치균작가. 사진=박현주기자


'빛을 드러낸 남자' 오치균

"아파 보니 더 또렷이 알겠더군요. 내게 그림은 생명이란 사실을…".

11일부터 노화랑에서 선보이는 그림은 '빛 시리즈'다.  최근 4~5년간 꿈틀거리는 감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감' 작품으로 컬렉터들을 사로잡았던 작품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작가가 의식은 안했지만 빛이 강해보이는 특징만을 보였던 그림에 빛을 노골적으로 끌여들었다.

 변화는 지난해 여름 시작됐다. 어느날 갑자기 공황장애가 왔다. 숨을 제대로 쉬기도 어려웠고 하반신에는 마비 증상까지 왔다.

 작업실에서 꼼짝을 못하고 갇혀있었다. 다시는 움직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는 주변의 것들을 찬찬히 바라보게 했다. "가끔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빛줄기가 손님같았어요. 빛은 세상과 나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였다고나 할까요" 그러면서 작업실을 채우고 있는 다양한 가구에서 다양한 아름다움이 보였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촛불' 그림을 보면 절대로 꺼지지 않을 것 같잖아요. 마치 영혼이 들어간 것 같죠. 한 줄기 바람에도 흔들리는 연약한 불꽃이지만 애절함과 절실함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자연스럽게 빛이 보인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빛을 그림에 끌어들였습니다."

 

오는 11일부터 노화랑에서 열리는 오치균의 신작 빛시리즈가 공개된다./사진=박현주기자


 노화랑에 전시된 작품은 어떤 감정이 흐르는듯 묘하게 다가온다.  한걸음 떨어져 볼때 한줄기 빛으로 잔잔한 그림인듯 한데 가까이 다가서면 물감의 격렬한 흔적이 몸서리치게 한다. 작가의 거친 외모와 닮은듯도 했다.

 "손으로만 하다보니 이젠 붓으로는 못 그릴 것 같아요"  '오치균=핑거 페인팅'으로 차별화된다. 손가락에 물감을 묻혀 캔버스에 찍어 바르는 '임파스토' 제작방식이다.

 30년째 붓이된 손 치고는 의외로 고왔다. "아, 작업하기전에 핸드크림을 많이 발라요. 작업실에 오는 사람들이 핸드크림 광고찍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핸드크림이 수북해요."

 새로운 신작 공개이니 만큼 액자부터 유리까지 직접 챙겼다. 유리가 없는 듯하지만 최근 수입된 무반사 유리가 끼어져있다. 

"일반유리로 하면 어두운 색은 유리에 반사되서 잘 보이지않잖아요.  비싸지만 고객들과 감상자들을 생각해서 무반사 유리로 신경썼어요.  나 정도면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

 창문 옆 갓 쓴 램프, 의자에 올려둔 조명을 담은 그림들. 창문앞에 빛받은 의자, 벗어놓은 신발 사이로 들어온 한줄기 빛이 마음을 끈다. 다시한번 컬렉터들을 홀릴 듯하다. 100호는 2억2000만원선이다.  전시는 6월 25일까지. (02)732-3558.

 

오치균 개인전이 열리는 노화랑은 이번 전시에 감을 주제로 만든 아트상품인 컵을 제작, 전시기간 판매한다.사진=박현주기자

■오치균=커다란 감나무가 있는 대전의 농가에서 10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서울대 미대, 미국 브루클린 미대를 졸업했다. 유학 시절 세탁소에서 다림질하며 생계를 잇기도 했다.1980년대 뉴욕 유학 시절 가난했던 자신의 삶을 투영했던 '인체' 시리즈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1991년 금호미술관에서 열린 귀국전에서 '홈리스' '인체' 시리즈가 화단의 호평을 받으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뉴욕시리즈, 산타페, 사북시리즈로 히트쳤다. 2011년 내놓은 '감 시리즈'로 국내컬렉터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비싼작가가 됐고, 부자작가가 됐다. 인사동 오피스텔에서 작업하다 2007년이후 강남 신사동에 3동의 작업실을 짓고 생활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