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전국 15곳에서 치러지는 7·30 재·보선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의 권력 역학 구도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패배하는 쪽이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하반기 정계 개편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의 정점에 있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정치적으로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 단위 선거였던 지난 6·4 지방 선거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룬 여야는 이번 재·보선을 박근혜 정부 집권 2년차 정국 주도권 향배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겼다.
20대 총선이 예정된 오는 2016년 4월까지 빅 이벤트가 없어 7·30 재·보선을 2016년 의회 권력과 2017년 정권 교체의 척도라고 판단하고 총력전을 전개했다.
이에 따라 여야 중 승리하는 쪽은 ‘뜨는 해’, 패배하는 쪽은 ‘지는 해’가 되면서 운명의 희비 곡선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與 승리 땐 朴 대통령 국정 드라이브 가속…단 김무성·서청원 갈등은 악재
세월호 참사의 악재 속에서도 패배를 면한 새누리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승리한다면, 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 하반기 국정 운영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특히 지난 6·4 서울시장 선거 당시 ‘수도권 참패’를 겪은 집권 여당이 7·30 재·보선 최대 격전지인 △서울 동작을 지역을 비롯해 △수원 을·병·정 △평택 △김포 가운데 3석 이상을 차지할 경우 그간 ‘반 박근혜’ 기류가 강했던 수도권 민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내부적으로는 영남 2곳과 충청권 3곳, 수도권 절반 등 15곳 가운데 8곳 이상을 가져간다면 승리로 보는 분위기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은 안대희·문창극 전 국무총리의 낙마 등 인사 트라우마 덫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물론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위한 입법의 가속화 △수평적 당·청 관계로의 전환 등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9석 이상으로 승리할 경우 김무성 대표 중심의 새누리당과 보수 세력 결집이 지속되므로 당 지지율을 40%대 중반으로 유지할 수 있다”며 “또한 여야 정국 주도권을 새누리당이 쥘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패배한다면, 박 대통령은 ‘만기친람식’ 리더십 등 통치 스타일에 대한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로 지지율이 빠진 박 대통령이 권력 누수 현상과 마주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김무성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이 수직적 당·청 관계에 대한 요구가 분출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할 말은 하겠다’고 공언한 김 대표와 친박(친박근혜)계 실세인 서청원 최고위원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野 승리 땐 ‘안철수호’ 기사회생…참패 시 ‘새정치’ 격랑 속으로
새정치연합의 재·보선 판세 전망은 ‘소극적’이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의 전략 공천 논란의 여진이 남아있는 데다 사실상 당내 구심점 없이 선거를 치른 만큼 기대치를 한껏 낮췄다.
한때 수도권 전패론에 빠진 새정치연합은 서울 동작을 지역에서 야권 연대가 단행된 이후 호남 4곳과 △수원 정(영통) △수원 병(팔달) △평택 등 6∼7석을 목표로 잡았다.
새정치연합이 목표치를 달성한다면, 박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을 고리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사퇴, 인사 쇄신 등을 묶는 파상적인 대여 공세가 예상된다.
재·보선 이후 내달 27일부터 9월 5일까지 예정된 1차 국정 감사를 시작으로, 예산·결산 정국에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는 모멘텀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전략공천 논란 당시 당 내부에서 퇴진론에 시달렸던 안 대표는 기사회생의 길을 걸으면서 내년 3월까지 보장된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지방 선거에 이어 또다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안 대표는 전략 공천의 책임의 멍에를 짊어질 수밖에 없다. 신주류 지도부의 당 장악력이 상실되면서 제 1야당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안 대표의 운명이 재·보선 결과에 달린 셈이다.
배 본부장은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이 수원 정과 동작 을에서 승리한다면, 안 대표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차기 대권 지지율이 소폭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면서도 “하지만 수원 정과 전남 순천·곡성에서의 박빙 승부 등으로 중장기적인 당내 갈등이 예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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