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메가뱅크...금융그룹들 '비은행 강화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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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10-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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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자본이 우리은행 인수 눈독..."정부의 욕심이 화 키웠다"

 

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정부가 수년간 기대해왔던 메가뱅크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현재로선 우리은행 인수를 희망하는 시중은행이 단 한곳도 없기 때문이다. 주요 금융그룹들은 메가뱅크 도전을 접어두고 비은행 부문 강화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30%) 매각 입찰 공고가 나왔지만 시중은행들이 모두 불참키로 하면서 정부의 목표였던 메가뱅크 설립은 물거품이 됐다. 현재 국내에서 우리은행 인수 의지를 내비친 곳은 교보생명이 유일하다.

국내외 사모펀드들도 입찰 참여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가시화된 것은 없다. 오히려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자본이 우리은행을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인수 여부는 단순히 민영화 차원을 넘어 메가뱅크 탄생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점에서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였다. 지난 2012년에는 KB금융그룹이 메가뱅크로 거듭나기 위해 우리은행 인수를 검토했었지만 노동조합과 일부 경영진의 반발 등에 부딪혀 인수를 포기했다.

올해에도 KB금융을 비롯해 대형 시중은행을 보유한 금융그룹들이 우리은행 인수에 나설 것인지 관심이 쏠렸지만 어느 곳도 인수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저금리·저수익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우리은행 인수가 자칫 '승자의 저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의 메가뱅크 추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대형화의 단점으로 금융시스템 리스크의 증대 가능성, 정보의 불투명성으로 인한 시장 규율의 약화, 중소기업 대출 위축, 해외진출 둔화 및 국내시장 독과점 등을 꼽았다.

물론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은행들의 영세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대형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은행산업의 글로벌화 측면에서 대형 은행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은 메가뱅크 추진보다 비은행부문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KB금융은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보험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KB금융의 경영이 안정될 때까지 LIG손보 인수승인을 보류하기로 했지만, KB금융은 LIG손보 인수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향후 대우증권이나 현대증권 등을 인수해 증권 부문도 강화할 계획이다.

농협금융그룹은 이미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증권 부문 강화의 꿈을 이뤘다. 하나금융그룹은 외환은행을 인수해 은행은 물론이고 카드 부문까지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이루지도 못할 정부의 메가뱅크 욕심으로 인해 우리은행 매각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은 "우리은행 매각이 이만큼 지연된 것은 금융당국이 메가뱅크에 대한 미련 때문에 '블록세일로라도 팔아야 할 때'라는 판단을 못하고 적기를 놓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금융당국은 경영권 매각 방식을 중단하고 국민주 매각, 블록딜 세일 등 지분 분할 매각방식으로 우리은행 민영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리스크가 집중되는 메가뱅크 설립을 배제할 수 있고 사모펀드나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금융산업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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