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1시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동대문역사공원 역 3번 출구 환풍구 앞에 시설물 점검단과 취재진이 몰렸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환풍구 안을 들여다 보니 생각 보다 깊은 14.3m의 시커먼 굴이 아찔하게 나타났다. 환풍구 진입을 돕는 사다리는 사람 1명이 겨우 들어갈만한 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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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역사공원역 주변 환풍구 내부 모습[사진=박성준 기자]
이날 환풍구 안전점검은 25일 열리는 '제1회 DDP 동대문 축제'를 대비한 동대문 2∼40번 환풍구 점검의 첫 일정이었다.
취재진이 환풍구지붕 위로 올라가 촬영을 하자 서울시 직원이 5명씩만 올라가라고 만류했다. 직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환풍구 지붕 1㎡당 견딜 수 있는 하중은 약 50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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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풍구가 설치된 벽의 높이는 육안으로 약 60~70㎝정도라서 안전펜스의 설치나 주의경고문이 시급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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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풍구 설치벽의 높이는 육안으로 대략 60~70cm로 보인다.[사진=박성준 기자]
이날 토목 분야 전문가로 참여한 송훈 자문위원은 "통상적으로 환풍구 지붕인 스틸 그레이팅을 설치할 때 그것을 지탱해주도록 바로 아래 '걸침턱'을 만들게 돼 있다"며 "판교 환풍구의 경우 걸침턱 없이 볼트로만 잡아주다 보니 하중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환풍구 설치 기준이 법적으로 세세하게 규정돼 있진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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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동대구플라자 주변 환풍구 안전점검에서 최창식 위원이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박성준 기자]
건축 분야 전문가로 참여한 최창식 위원은 "스틸 그레이팅은 하중을 고려해 40, 50, 65, 70 등 사이즈별 규격으로 생산된다"며 "건축계획에 따라 전문가들이 하중을 계산할 뿐 법적인 규정은 따로 없다"고 재차 언급했다.
또한 "판교는 그냥 앵커를 쳐서 하중을 조금밖에 못 버티지만 서울에 설치된 지하철 환풍구는 거치턱이 있어 스틸 그레이팅을 잘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환풍구의 안전설치에 관한 질문에 최 위원은 "환풍통로 중간에 안전장치를 하는 것 보다 일차적으로 환풍구에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게 중요하다"며 "환풍구 덮개의 용접상태나 철제 부식정도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의 설명이 끝난 후 서울시 안전점검팀이 환풍구에 직접 들어가 상태를 관찰하고 일부 직원은 환풍구 덮개 위에서 점프를 해 하중을 실험해 보는 것으로 점검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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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동대문역사공원역 환풍구를 서울시 점검단이 살펴보고 있다.[사진=박성준 기자]
시는 이날 환풍구 점검을 시작으로 다음달 5일까지 서울시내 2851개 환기시설을 모두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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