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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보고 싶다' '끝사랑' '하루' 등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의 가슴 한쪽을 저릿하게 만들었던 가수 김범수(35)가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김범수는 3년여 만에 발매한 정규 8집 '힘(HIM)'에 본인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냈다.
직접 프로듀싱과 곡 제작에 나선 김범수는 색다른 모습과 2년 동안 정성을 쏟은 새로운 음악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만든 앨범이지만, 듣는 팬들은 그의 노래를 듣고 '힘'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범수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조금은 뜨겁게, 조금은 설레게 했다.
19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범수는 이번 앨범에 대해 "내 음악 인생을 담았다"고 자신했다. 그의 목소리는 눈물 가득한 절절함 대신 흑인음악을 기반으로 한 소울로 변화를 줬다.
"흑인음악이 모티브 된 건 맞지만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어요, 댄스곡도 있고 세미힙합도 담겨있죠. 이번에 함께 작업한 친구들도 대부분 20대였어요. 기성가수의 행보가 둔감해지는 건 정말 두려운 일입니다. 지금 저 같은 가수가 깨어서 음악을 하는 것이 숙제라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조금은 트렌티하고, '현재'가 원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계속 연구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앨범을 준비했습니다."
그의 예전 음색,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간절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팬들에게는 섭섭한 일일수도 있지만 정작 그는 여유롭다. "제 음악 인생이 이 앨범으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두렵지 않습니다. 어마어마한 흥행을 거둔다거나 음원차트에서 줄세우기 한다면 기분은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어느 앨범보다 후회 없는 과정이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대중이 변화에 대해 어색함을 느끼더라도 진일보했다는 평을 받으면 더는 바랄 게 없다"는 그의 모습에서 데뷔 15년을 맞은 그가 음악을 놀이기구 삼아 즐기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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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이번 앨범에는 재미있는 곡이 많다. 타이틀곡 '집밥'은 그동안 김범수가 표방해오던 발라드와 180도 다른 분위기다. 어머니의 집밥을 그리워하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가사에는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면서도 따뜻함이 묻어났다.
눈에 띄는 건 피처링에 자리한 '낯선' 이름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초호화 군단과 힘을 합쳐 8집 앨범을 만든 김범수는 타이틀곡에 어머니와의 통화 내용을 고스란히 담았고, 앨범 한 켠에 그의 이름을 넣었다.
"'집밥'을 준비하면서 편곡을 하고 노래를 덧입혔는데도 노래에 2% 부족한 게 느껴지더라고요. 따뜻한 감성을 넣을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어머니께 전화했죠. 놀랍게도 어머니의 목소리를 더하니 노래가 한층 풍성해지더라고요. 어머니께는 따로 말씀을 안드렸어요. 모르시는 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았거든요.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고, 바로 녹음했죠."
김범수의 예상은 적중했다. 어머니의 목소리리가 더해지자 마음에 위안을 주는 따뜻한 곡이 완성됐다. "독립해서 산 지 5년 정도 됐다.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게 왠지 집밥을 먹지 못해서인 것 같았고, 자연스럽게 엄마의 밥이 그리워졌다. 이 곡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휴식이 되는 곡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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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우리네 마음을 감싸주는 곡이 '집밥'이라면 김범수가 가장 애정을 쏟은 수록곡은 '욕심쟁이'였다. 1년 이상 심혈을 기울였으며 편곡에만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마음 빼고 모든 게 착한 여자와 남자를 욕심쟁이라고 재치 있게 표현한 '욕심쟁이'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신 나는 리듬이 만나 '김범수 표 댄스곡'으로 탄생했다.
발라드 이미지에 갇혀 있던 김범수는 '국민가수'에 대한 욕심을 보였다. "가수라면 누구나 국민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되고 싶은 것 같다. 근데 그러려면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야겠더라. 이문세의 '붉은 노을', 이승철 '샴푸의 요정'처럼 깊이 있는 발라드를 하는 분들도 업템포 곡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내세운 곡이 '욕심쟁이'였다.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해소하고 싶었던 장르, 무대, 음악이 여기에 고스란히 담겨있어요. 가사도 조금은 발칙하고, 김범수다운 유쾌함도 묻어나죠. 안무도 이미 다 만들어놨어요, 공연에서 단골 레퍼토리가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드네요."
그동안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노래했다면 이번에는 '그(HIM)'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았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대중이 '힘'을 얻는 건 정통 발라드를 넘어선 김범수의 과감한 변신,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 대중의 마음을 건드릴 줄 아는 그의 유연함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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