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아시아 인프라 사업을 사이에 둔 중국과 일본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해온 중국에 선진 기술과 우대 금리를 내세운 일본이 맞불 전략을 취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동남아시아에서 경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중국과 일본의 인프라 사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현재 아시아 인프라 사업에서 일본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 내 수출입 영향력을 바탕으로 막대한 규모의 투자금을 쏟아부으며 전방위적 '고속철 세일즈'를 적극 펼쳐온 덕분이다.
FT의 리서치 서비스업체 아세안 컨피덴셜이 지난해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아세안 국가 국민들은 중국을 최고의 전략적 파트너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중국은 그간 아세안 국가들로부터 대규모 인프라 건설 계약을 속속 따내며 '인프라 굴기'를 펼쳐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중국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반둥을 잇는 160km 고속철 건설 계약을 따냈다. 일본도 기술 및 자금지원 의사를 밝히며 눈독을 들였으나 실제 계약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던 사업이다.
태국 고속철 사업 또한 중국이 탐내는 분야다. 지난 2013년 10월 리커창 총리는 태국에서 직접 '고속철 세일즈'를 벌였을 정도다. 그 뒤 중국과 태국은 작년 말 태국 동북부 국경지대인 농카이와 동남부 산업지대인 맙타풋을 연결하는 길이 867㎞ 철도를 건설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일본이 우수한 기술, 낮은 차관 이자율, 풍부한 건설 경험 등을 앞세워 반격에 나서면서 양국간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달 일본은 경쟁 상대 중국을 제치고 태국 북부 치앙마이와 남부 방콕을 잇는 670km 구간에 일본 고속철인 신칸센(新幹線)을 건설하는 계약을 따냈다.
태국이 중국 대신 일본을 선택한 표면적 이유는 고속철 차관의 이자율 때문이다. 중국은 사업 자금을 빌려주면서 2~4%의 이자율을 제시했지만 일본은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형식으로 1%의 조건을 제시했다.
여기에 일본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를 잇는 총길이 330km의 120억 달러 규모 고속철 사업에 대한 건설권을 따내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고, 인도네시아에 고속철을 수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일본은 최근 연화차관(Soft Loan·달러 등 국제통화로 빌려주고 현지 통화로 상환받는 유리한 차관) 조건과 함께 향후 5년간 공적자금을 활용한 아시아지역 인프라 투자를 110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1100억 달러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자본금 1000억 달러를 웃도는 규모로 아시아 인프라 사업 주도권을 놓고 중국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중국의 '남북(南北) 경제회랑'에 맞선 '동서(東西) 경제회랑' 구축을 통해 동남아 경제권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기관 전문가는 "중국이 추진 중인 자카르타~반둥 고속철 프로젝트는 돈만 많이 들고 실속이 없는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면서 "투자 본전만 찾는데도 수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