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요즘 판을 바꾸겠다는 사업자 때문에 업계가 시끄럽다"
임헌문 KT Mass 총괄 사장이 취임 후 2주 만에 열린 'KT 출입기자단 송년회'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임 사장이 언급한 '판을 바꾸겠다는 사업자'는 바로 SK텔레콤으로, SKT는 미래창조과학부 등 정부 인가를 받아 내년 4월 CJ헬로비전의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특히 임 사장은 이형희 SKT MNO총괄이 언급한 '글로벌 진출'에 대해 "글로벌 진출을 이야기 하는데 기본적으로 케이블과 유선방송은 로컬 베이스 산업이기 때문에 글로벌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수긍하기가 어렵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도 "통신, 방송시장은 내수 시장이고, 넷플릿스와 같은 해외 사업자를 이유로 국내를 독점화시켜 소비자를 희생시켜 가면서 해야할 정도로 해외 경쟁사업자의 위협이 당면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SKT의 CJ헬로비전 인수가 성사될 경우, SKT의 이동통신 가입자 2626만명(점유율 50%), 알뜰폰 가입자 170만명(점유율 30%)을 보유하게 돼, 이동통신과 알뜰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업체 자리를 굳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유료방송 시장에서도 케이블TV, IPTV 가입자 750만명(점유율 26%)을 보유하게 되면서 유료방송 1위 KT의 가입자 843만명을 턱 밑까지 추격할 수 있게 된다. 향후 SKT가 관련 결합상품을 출시할 경우 더욱 많은 가입자를 확보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희수 KT연구소 부소장은 "이번 M&A가 미치는 영향은 한마디로 우리나라 통신, 방송시장을 독점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압도적인 이동통신 1위 사업자가 우리나라 케이블 1위 사업자, 알뜰폰 1위 사업자를 인수해 독점 사업자가 이미 독점화하게 되는 시장을 형성해 경쟁자를 없애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사장은 "방송과 통신은 각기 다른 틀 속에서 성장해왔고, 아직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틀은 명확하지 않다"면서 "자칫 틀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결정을 내릴 경우, 통신 방송산업의 경쟁력을 악화 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선점이 독점으로 변해서 요금인상, 통신 산업의 위축 등 부작용을 불러 올 것"이라면서 "국민 기업으로서 KT는 중소 사업자와 상생과 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케이블 사업자들과의 상생방안을 준비했고, 조만간 이를 제시할 계획"이라고 SKT의 M&A를 견제했다.
임 사장이 언급한 케이블 사업자들과의 상생방안에 대해 구현모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은 "SKT의 M&A는 결과적으로는 케이블이라는 하나의 산업을 사라지게 할 것이며, 사업이 사라지게 되면 봉사하는 종사자들 생태계가 한꺼번에 사라지게 된다"면서 "우리는 케이블TV가 갖는 가치, 지역적인 가치, 공공적인 가치와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지만 방안을 이 자리에서 말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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