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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제공]
▲ 마을 주민 3명, 잇따라 구토에 의식 불명! 두유가 원인?
충남 부여시의 한 마을. 이곳에서 두유를 마신 3명이 잇따라 갑작스러운 고통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영문도 모른 채 응급실로 실려 갔던 3명의 피해자들. 2명은 칡을 캐던 마을 주민, 1명은 어린 아이인 것으로 확인 됐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달 23일 마을의 젊은 일꾼 최 씨의 집 앞에 선물처럼 놓여 있던 두유 한 상자에서부터였다. 평소 마을 어르신들의 일을 앞장서서 돕는 최 씨였기에, 누군가의 선물이겠거니 하고 의심 없이 받아든 것이 화근이었다. 이 두유를 마신 후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최 씨의 아들(7). 하지만 이를 간질 증상으로 여긴 최 씨는 두유 탓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채 남은 두유를 그대로 보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일을 도와주러 온 굴착기 기사에게 남아있던 두유 중 4개를 성의 표시로 건넸고, 다음 날 그 두유가 화를 불러왔다. 옆 마을에 칡을 캐던 주민들을 도우러 간 굴착기 기사는 목이 마르다는 주민 이씨(47.여)와 김씨(56.남)에게 두유를 건넸는데, 갈증에 벌컥 벌컥 두유를 마신 이들이 갑작스레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두유에 살충제로 쓰이는 고독성 농약 ‘메소밀’이 들어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도대체 누가 농약 두유를 남몰래 가져다 놓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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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결과, 지난 달 21일 인근 마트에서 한 70대 노인이 해당 두유를 구입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었고, 범행을 일체 부인하던 그는 CCTV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범행을 실토했다. 75세 김 노인, 그는 애당초 앙숙이었던 최 씨(55)를 노린 범죄였다고 자백했다. 피의자 김 노인의 주장에 따르면, 3년 전 자신이 훔치지도 않은 비료포대를 훔쳐갔다며 최 씨가 마을에 험담을 늘어놓은 때부터 앙금이 쌓였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 씨가 마을 상수도를 제멋대로 농업 용수로 사용하며 마을의 생활용수가 부족하게 돼 김노인은 이를 따져 물었지만 스무 살이나 젊은 사람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고, 결국 어긋난 선택을 하게 됐다고 한다.
▲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의 모방? 치밀한 계획에 의해 범행 저지르고, 태연한 일상생활 해
마을에서 5KM 정도 떨어진 마트에서 16개 들이 두유를 구입해와, 주사기로 고독성 농약을 주입해두고 다음날 밤에 최 씨의 집 앞에 찾아가 몰래 두고 오는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김 노인이 두유에 넣은 농약은 놀랍게도, 얼마 전 상주 농약 사이다 사건에서 사용했던 무색무취의 고독성 농약 ‘메소밀’이었다.
심지어 피의자 김 노인은 경찰 조사 중 농약 사이다 사건을 알고 있다고 고백했다. 김 노인의 범행은 과연 농약 사이다 사건을 모방한 것일까. 엉뚱한 사람들이 화를 입은 후에도 너무나 의연한 모습이었다던 피의자. 체포되기 전, 집 근처 자주 가던 농약 판매점에 마실을 나와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CCTV 화면에 포착되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현재 피의자 김 씨는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대화조차 곤란해진 탓에 불구속 수사 중이며 병원에서 퇴원하는 즉시 다시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한다. 법의 엄중한 처벌을 앞두고 있는 김 씨, 하지만 평화롭던 시골 마을에 번진 불신과 공포감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다.
이웃들을 위험에 빠트리며 평화롭던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피의자 김 노인, 그는 왜 독극물 두유로 저지른 섬뜩한 범행 후에도 뉘우치기는커녕 몰염치한 태도를 보였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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