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선거 종합상황실에서 강봉균 중앙 선대위원장과 원유철 원내대표, 황진하 사무총장 등이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이수경 기자]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3일, 각 정당의 표정은 4년 전과 정반대였다. 16년만에 '여소야대'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야당은 웃었고 여당은 침통했다.
각 당 분위기는 지상파 방송3사의 출구조사가 발표된 오후 6시부터 엇갈렸다.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2층 종합 선거상황실은 '과반의석 확보 실패' 예측보도가 나오자 한참동안 침묵이 흘렀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입을 다문 채 굳은 얼굴로 텔레비전 화면만 주시했고, 당직자들 사이에선 "저렇게 차이가 나나?", "아이고 아이고" 하는 탄식이 새어나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강행군 유세로 인해 건강 악화로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상황실에 나타나지 못했다.
특히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구에서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가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뒤지자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웅성거렸다. 충격적이란 반응과 한숨이 상황실을 채웠고, 강봉균 중앙선대위원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30여 분만에 상황실을 떴다.
개표가 시작된 이후인 10시께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인 황진하 사무총장은 "열심히 뛰라고 파이팅을 외치자, 우리가 기대를 가져보자"며 당직자들과 다같이 '새누리당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과반의석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민들에게 '읍소'했다. 공천 파동으로 돌아선 고정 지지층의 민심에 호소하며 '사죄'도 했다. 하지만 차가워진 민심은 결국 새누리당에 찬물을 끼얹었다.
공천파동으로 탈당한 유승민(대구 동을) 후보 등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하고, 당에서 전략적으로 내세웠던 안대희(마포갑) 후보, 이준석(노원병) 후보 등이 낙선한 데 따른 후폭풍도 예상된다.

정세균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와 부인 최혜경씨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유력이라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후 환호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예상외의 선전을 거두자 여의도 당사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대구 수성갑에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김부겸 더민주 후보는 31년만에 정통야당 출신으로 대구에 야권 깃발을 꽂는 기록을 썼다. 그는 "대구 시민이 새 역사를 쓰셨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종로에서 승기를 잡은 정세균 후보 역시 꽃다발을 목에 걸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참패한 것에 대해선 탄식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의 효과는 그다지 먹혀들지 않았다. 표심의 전환을 노렸던 일말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수도권 선거구를 볼 것 같으면 그동안 새누리당 정권의 경제 실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국민이 표로 심판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저희 더민주도 이번 선거 결과를 놓고 매우 크게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지각한다"고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4.13 총선을 일주일 앞둔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호남에서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가장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당은 호남 의석을 싹쓸이하면서 20석 이상을 확보, 원내교섭단체 진입에 성공했다.
출구조사 발표 직후 서울 마포의 국민의당 선거상황실에서는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한 당직자는 "우리가 이겼어"라며 기쁨에 겨운 목소리로 소리치기도 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지역구인 노원병 수성에 성공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안 대표는 상황실에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보다 더 나은 삶, 그리고 보다 더 좋은 정치로 보답하고자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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