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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3홀에서 9타로 홀아웃하고 망연자실한 러셀 녹스 [사진=미국PGA투어 홈페이지]
16일(한국시간) 끝난 미국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주인공은 제이슨 데이(호주)이지만, 이 대회에서는 올해도 많은 얘기거리가 나왔다. 몇 가지를 요약한다.
◆대회장인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코스의 17번홀은 이 코스의 ‘상징 홀’이다. 길이는 135야드 안팎으로 셋업되는 짧은 파3홀이지만, 워터 해저드가 그린을 둘러싸고 바람이 수시로 불어 만만치 않다. 러셀 녹스(스코틀랜드)는 3라운드 때(길이 129야드) 이 홀에서 피칭 웨지로 티샷한 볼을 물에 세 차례나 빠뜨린 끝에 9타를 쳤다. 파보다 6타를 더 쳤으니 ‘섹스튜플(sextuple) 보기’다. 물에 들어간 티샷은 짧거나 섕크가 난 결과였다. 그는 드롭 존으로 전진해 네 번째 티샷(7타째)을 그린에 올려 2퍼트로 홀아웃했다. 그는 마침내 볼이 그린에 오르자 환한 표정으로 그린을 향했고, 갤러리들은 박수로써 격려했다.
그는 9타로 홀아웃한 후 “할 말이 없다. 엄청나게 부끄럽고 창피한 실수(epic fail)였다.”고 말했다. 녹스는 이날 80타를 쳤으나 최종일엔 4언더파를 몰아치며 공동 19위(합계 5언더파 283타)로 대회를 마쳤다. 3라운드 17번홀에서 파를 했다면 공동 2위가 될 스코어였다.
이 날 이 홀에서는 17개의 볼이 물에 빠졌고 평균타수는 3.316타로 18개홀 가운데 ‘난도(難度) 랭킹’ 6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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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호셸 [사진=골프다이제스트 홈페이지]
◆빌리 호셸(미국)은 2라운드 9번홀(파5)에서 뜻하지 않은 벌타를 받았다. 그 홀에는 갤러리들을 통제하기 위해 펜스가 설치돼 있었는데 경기위원회에서는 그 펜스를 ‘임시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TIO)로 규정하고 로컬룰에 명시했다. 호셸의 볼은 펜스 인근에 멈췄고, 플레이선에 펜스가 걸리는 듯했다. 호셸이 가서 보니 펜스는 허술하게 묶여있었고, 어렵지 않게 움직일 수 있을 듯하여 펜스를 치우고 샷을 하려 했다. 그 때 경기위원이 와서 “펜스는 로컬룰에 TIO로 명시했고, 그것을 일반 장애물처럼 치웠으니 2벌타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TIO가 아니라, 움직일 수 있는 장애물은 샷이나 스탠스에 방해가 될 경우 치운 후 샷을 할 수 있다. 물론 벌타는 없다. 골프규칙을 잘 안다고 자부해온 호셸은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받지 않아도 될 벌타를 받고 말았다. 그 홀에서 보기가 트리플 보기가 됐다. 그는 4라운드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 28위를 차지했는데, 2벌타를 받지 않았더라면 공동 19위에 랭크됐을 터였다.
◆어니 엘스(남아공)는 4라운드 1번홀(파4)에서 새똥을 맞았다. 보기 퍼트를 마치고 컵에서 볼을 꺼내는 순간 날아가던 새가 그에게 배설물을 쏟아낸 것이다. 엘스는 캐디의 도움을 받아 수건으로 모자와 바지에 묻은 배설물을 닦으면서 한참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위에서는 그 새한테서 ‘버디’(birdie)를 연상하고 길조가 아닌가 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엘스는 이날 3오버파(버디4 보기3 더블보기2) 75타를 쳤고, 합계 4오버파 292타로 공동 64위를 차지했다. 이는 3라운드 때보다 9계단 하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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