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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폭스 뉴스 화면 캡처 ]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미국 상원이 17일(현지시간) 9·11 테러의 피해자 측이 이 테러와 연계의혹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즉각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이러한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할 경우 "수천억 달러 규모의" 미 정부 채권을 보복 차원에서 처분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어 외교적 마찰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상원은 이날 존 코닌(공화·텍사스), 찰스 슈머(민주·뉴욕) 상원의원이 공동발의한 이른바 '테러 행위의 지원국들에 맞서는 정의'라는 이름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테러로 미국인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책임이 있는 국가에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테러 피해자들이 해당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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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사우디나 카타르 측이 9·11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단체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있어 이 법안은 사실상 이들 국가를 겨냥했다는 게 정설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12일자에서 9·11 테러 조사위원이었던 존 리먼 전 해군 장관이 인터뷰에서 "(2004년 발표된) 최종 보고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책임이 없다는 의미로 읽혀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리먼 전 장관은 이 인터뷰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인이 공중납치범들에 대한 후원에 참여했고, 이 중 일부는 사우디 정부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사우디 왕가나 고위층이 알카에다나 9·11 테러를 지원했다고 믿지는 않는다면서도 당시 수사의 초점이 사우디 이슬람부 직원들의 연루 여부에 맞춰져 있었으며 최근 공개 여부가 논란이 된 미국 상·하원 정보위 조사보고서 일부도 이와 관련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머 의원은 법안이 통과된 뒤 기자들에게 "이 법안은 9·11 피해자들이 다소나마 정의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만큼 매우 소중하다"며 "만약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3분의 2의 반대로 기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해 백악관은 처음부터 이 법안에 반대해왔으며 이날 역시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그간 우리가 표현해온 우려를 고려하면 오바마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이 법안에 대해 지난달 "우리의 동맹들에 대해 실수하지 않도록 이 법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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