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 열사 모친 만난 문재인·안희정…그리고 우상호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6-05-18 16:0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광주) 김혜란 기자 = 제3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문 곳은 고(故) 이한열 열사의 구묘역 앞이었다.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두 사람은 이 열사 모친 배은심씨를 만나 안부를 나눴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과 약속도 전했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끝난 뒤 김경수 더민주 당선인과 강기정 더민주 의원과 함께 구묘역까지 걸어갔다. 

네 사람은 구묘역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정부가 기념식을 반쪽 행사로 전락시켜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과거엔 ‘아침이슬’을 부르던가, 공연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합창하자고 했는데, 이번엔 다른 공연이 없었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연으로 못박았다"고 말했고, 이에 문 전 대표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를) 쟁점으로 만드는 것도 웃긴다"고 거들었다. 안 지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서 사회를 너무 한쪽으로...국민을 분열시킨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네 사람은 구묘역에 도착해 이 열사 묘에 있던 배씨를 찾아갔고 배씨는 네 사람을 반갑게 맞았다. 문 전 대표는 배씨에게 "세상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라며 인사를 건넸고 배씨는 "힘내라"고 화답했다.

안 지사는 "우상호 원내대표나 우리 당에선 어머니가 건강하게 지내는 게 바람"이라고 말했고 배씨는 "(우)상호가 돼서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36주년을 맞은 18일 오전 광주 북구 망월동 구묘역을 찾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 더민주 당선인들이 고(故) 이한열 열사의 묘역에서 이 열사 영령의 넋을 기리고 있다. [사진=김혜란 기자]


우 원내대표와 배씨는 인연이 깊다. 우 원내대표는 1987년 연세대 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부의장을 맡아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고, 후배 이 열사가 6월 9일 전투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사망하자 이 열사의 부검 과정을 지켜보며 진상 규명에 힘썼다. 이 열사 장례식에선 영정을 직접 들기도 했다. 

배씨가 이 열사를 비롯한 민주화 열사 40여명이 5·18 민주화 운동 유공자로는 인정되지 않아 구묘역 쪽에 안치돼 있는 상황을 거론하자 문 전 대표는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배씨는 "항상 소외받는 기분"이라며 "민주화 과정에서 의로운 죽음을 당했는데 방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시 문 전 대표가 "그럼 여기도 추모 공원 같은 게 조성되면 좋겠습니까"라고 묻자 배씨는 "법적으로 유공자 대열에 올려줘야 역사에 남는다. 그냥 이렇게 방치해 두면 엄마들은 죽어도 눈을 못감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법안이 18대부터 올라가 계류 중인데 반대가 심해서(통과가 어려울 것 같다) 20대 때 대법을 발의해줘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 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표는 "이제 해보죠. 이젠 야당이 숫자가 더 많아졌으니..."라고 답했고 김 당선인은 "어머니 일은 제가 챙겨보겠다"고 약속했다. 

뒤 이어 도착한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 열사 영전 앞에 "한열이 담배 한 대 줘야겠다"면서 담배를 놓았다. 배씨는 우 원내대표를 꼭 안아줬고 "말을 뱉어도 되새겨서 뱉으라"며 애틋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 열사 묘에 찾아온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에게 "내가 조직한 시위에서 그렇게 돼서..."라며 배씨와 이 열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80년대 민주화운동을 이끈 '운동권' 출신 원내대표로 당선, '새로운 정치 세대' 출현을 알린 우 원내대표와 유력한 야권 대선 주자인이지만 광주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전두환 정권 때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참여 이력으로 광주 시민에게 실망감을 안긴 김종인 대표. 이들 모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영호남 민주화 세력 화합과 국민 통합이라는 과제를 안은 야권 지도자로서 광주를 찾았고 5월 영령 앞에서 5·18 정신 계승과 민주주의 복원을 다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에 있는 구묘역 이한열 열사 묘역 앞에 놓아둔 담배. [사진=김혜란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한열 열사 묘역 앞에서 모친 배은심씨와 김경수 당선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