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프 일본 사카이 LCD패널 공장(현 사카이디스플레이 제품)[사진=사카이 디스플레이 제품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샤프전자는 2007~2009년 기간 동안에 사카이 공장에 4조원대 투자를 한 것은 물론, 2006년 가동한 가메야마 2공장의 액정화면(LCD) 패널 생산 능력을 2007년 2배인 월 6만장, 2008년에는 월 9만장으로 2년 사이에 3배로 확대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그런데, 21세기 도래 후 8년 가까이 우 상향 성장곡선을 그리던 글로벌 경제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순식간에 침체에 빠졌다. 전 세계 기업들 가운데 이런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거의 없었기에 충격은 매우 컸다. 샤프도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엔고의 영향으로 수출 채산성이 크게 낮아지면서 실적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충격은 바로 오지 않았다. 사카이 공장이 가동했을 때, 일본 정부는 국민들의 소비 진작을 유도하고자 에코 포인트 활용을 통한 그린 가전보급 촉진사업(2009~2010년)을 실시했고, 2011년에는 지상파 아날로그 TV 방송을 중단하기로 해 LCD TV 수요는 계속 높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특수는 단기간에 그쳤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평판 TV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샤프 경영진들은 LCD 패널의 외주 판매에 더욱 더 열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샤프 경영진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 LCD 패널을 외주 공급한다는 것은 비용 경쟁력을 유지·향상시키기 위한 글로벌 규모의 설비투자 경쟁을 벌여야했고, 이러려면 자금조달 경쟁에 들어간다는 점을 말이다. 다시 말해 샤프가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 등 경쟁사 등에 앞서거나 맞먹는 자금 여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전략 분석가인 이즈미 료스케 GF 리서치 대표는 샤프의 자금조달 능력을 살펴보기 위해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샤프와 삼성전자의 재무상태를 비교해봤다. 즉, 삼성의 주주자본을 샤프의 주주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두 회사간 배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능력은 일반적으로 ‘자기 자본의 몇 배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주주자본의 절대액이 많으면 그만큼 더 많은 자금을 조달 할 수 있다.
조사 결과 이 기간 샤프는 단 한 번도 삼성전자를 넘어서 본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사카이 공장의 건설을 발표한 2007년에는 삼성전자가 샤프보다 5배나 앞섰다. 그해에만 삼성전자의 자금 조달능력은 샤프의 5배나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2012년 이후부터는 양사의 차이가 너무 커져 배율을 구하는 자체가 무의미한 수준까지 벌어졌다.
물론 삼성전자는 LCD는 물론 D램과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 시스템 온 침(SoC) 등 반도체 사업 뿐만 아니라 스마트퐁, 생활가전, IT 기기 등 투자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프는 자사보다 훨씬 큰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경쟁업체에게 정면으로 설비투자 경쟁을 유도해 규모의 사업을 확보함으로써 가격 경쟁을 벌이겠다는 다소 무모한 싸움을 걸었다.
실제로 샤프의 선제 투자 결정은 삼성전자의 투자 의욕을 고취시켰다. 샤프를 제치고 LCD TV 시장 세계 1, 2위에 올랐던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는 합작법인 S-LCD를 설립, 2007년 8월 8세대 LCD 패널 생산라인을 가동했으며 LG·필립스LCD도 투자를 개시하는 등 50형 이상 LCD 패널에 최적화 된 공장 가동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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