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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투표에서 평화협정이 부결되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는 평화협정 지지자의 모습 [사진=AP연합]
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체결한 평화협정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평화협정이 부결되면서 현지시간 3일 콜롬비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현지시간 3일 콜롬비아 페소와 증시 모두 급락세를 보였다. 콜롬비아 페소는 2.6% 미끄러졌고 MSCI 콜롬비아 지수 역시 개장과 함께 3% 추락했다.
골드만삭스 중남미 전문가인 알베르토 라모스는 “평화협정 부결은 시장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시장 급락의 이유를 설명했다.
콜롬비아 경제는 이미 상당한 역풍에 직면해있다. CNN머니 집계에 따르면 콜롬비아 페소는 2014년과 2015년에 달러 대비 각각 18%, 25% 하락했다. 올해에는 모멘텀을 얻는 듯 했지만 평화협정 부결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2011년 6.6% 성장률을 기록한 뒤 콜롬비아 경제 활동은 점점 둔화되면서 지난해에는 3.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주요 수출품목인 원유 가격이 폭락하면서 성장 전망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내전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면 경제적 이득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도 이에 동의한다. 사회가 안정되면서 외국인 투자가 늘고 반군이 점령하던 지역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세제 개혁 등을 단행할 예정이었다.
평화협정 부결로 인해 경제 위기가 찾아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려는 상당하다.
캐피탈 이코노믹스의 아담 콜린스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이번 투표는 정치적 리스크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은 국민투표 부결이 콜롬비아의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즉각 신용등급이나 등급전망을 수정하지는 않았다.
무디스는 "국민투표 부결로 정부가 여타 개혁안을 진행하는 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고, 스탠다드앤푸어스(S&P) 역시 평화협정 부결로 정부의 회계 수정안 통과가 어려워졌으며 세제 개편 역시 교착상태에 빠진 만큼 잠재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콜롬비아 정부와 FARC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내전 종식에 정치적 명운을 건 산토스 대통령은 3일 정당 대표들과 긴급회의를 소집하여 대책을 논의했다. 그는 회의에 앞서 이번 회의는 “공감대와 통합을 모색할 것”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회의”라고 말했다. 그러나 평화협정을 반대하며 재협상을 주장하던 알바로 우리배 대통령 소속 민주센터는 회의에 불참했다.
앞서 평화협정에서 정부 대표단을 이끌었던 움베르토 데라 칼레는 “향후 협상에 장애물이 되지 않겠다”며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FARC의 지도자인 로드리고 론도노 역시 평화협상이 진행된 아바나에서 영상을 보내 현재의 정전협정을 준수할 것이며 협상 조건 수정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평화협정에 반대하는 이들은 그간 민간인 살해, 납치, 약탈 등을 일삼았던 반군에 면죄부를 주고 이들에게 10석의 의회 진출 자격을 주는 것에 불만을 나타내며 조건을 바꿔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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