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정 기자 = 다장(DJI)을 필두로 민간용 드론시장의 절반을 장악한 중국이 최첨단 군용 무인기(드론) 양산체제 구축에 성공했다. 이 뿐이 아니다. 바이두가 운전자가 필요없는 무인자동차(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고 중국은 무인지하철 연내 개통도 앞두고 있다. 글로벌 IT 업체 알리바바는 사람이 없어도 물건을 사고 결제할 수 있는 무인마트를 선보였고 인건비를 줄이고 배달 효율을 높이기 위한 드론택배도 서서히 시작되는 분위기다. 사람이 없어도 사람이 하던 일을 해내는 소위 ‘무인(無人)’ 산업이 중국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 무인기(드론)와 무인교통
‘무인’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드론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적인 드론 강국이다. 지난 14일에는 중국의 신형 드론 차이훙(彩紅)-5호가 허베이성의 한 공항에서 20분간의 첫 비행에 성공했고 양산 체제를 갖췄다는 소식이 나왔다.
차이훙-5의 스펙은 세계 일류 수준이다. 날개 길이가 21m, 최대 적재량은 3300kg에 달한다. 10만km 이상을 비행할 수 있다. 정찰·전투용으로 한번 출격에 24발의 미사일을 착할 수 있고 조기경보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특정장비를 탑재해 정보 수집, 적의 통신·레이더 방해, 수중 목표물 탐지 등도 가능하다.
중국은 이미 민용 드론시장에서 탄탄한 시장 기반과 경쟁력을 갖춘 상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15년 10만대였던 중국의 드론 판매량은 지난해 39만대로 급증했다. 오는 2019년이면 판매량 300만대 돌파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향후 5~10년은 중국 드론산업의 황금기로 연평균 50%의 성장률을 유지, 시장규모가 2000억에서 최대 3000억 위안(약 50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현재 중국 내 드론 관련 기업만 1200곳으로 이 중 상당한 규모를 갖추고 드론을 수출하는 기업도 160곳이다. 이들 기업이 세계 드론 수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 미국 민간 드론 시장 점유율은 75%다.
중국 드론 산업의 메카는 세계적인 민간 드론생산업체 DJI가 있는 선전이다. 선전시 해관총서(세관 격)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선전시 드론 수출액은 21억7000만 위안(약 3612억원)에 달했다. 선전에 뿌리를 내린 드론 기업은 310곳으로 이들 기업의 산업생산은 연평균 30% 이상의 증가율을 보이며 지난해 260억 위안에 육박했다.
무인교통도 서서히 싹을 틔우며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서 무인자동차, 즉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 앞장서고 있는 기업은 바이두다. 지난 5일 열린 ‘바이두 인공지능(AI) 개발자 회의’에서 루치(陸奇) 바이두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시선을 끄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 속에는 바이두가 개발한 무인차와 리옌훙(李彦宏) 회장이 등장했다. 리 회장은 운전자 보조석에 앉아 있었고 운전자가 없는 상태로 베이징 우환(五環) 도로를 달렸다. 무인자동차의 운전은 1분간 이어졌다.
지난 6월에는 무인 지하철이 시범운행에 돌입했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자동운행 지하철의 중국 최초 운행으로 시선이 집중됐다. 베이징시 옌산(燕山)과 팡산(房山)을 연결하는 옌팡선 일부 구간이 시범운행 구간으로 지정됐다. 자동운행 지하철은 4량의 객차로 구성돼 최대 1262명을 태울 수 있고 시속 80km로 달린다.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올해 말 정식으로 개통될 예정이다.
◇ ‘무인+유통’…무인택배에 무인마트까지
드론과 무인교통, 각종 정보통신(IT) 등 첨단기술 발전에 힘입어 최근 중국에서는 무인산업의 영역이 유통업으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드론과 무인차 등을 활용한 무인택배가 시도되고 사물의 인터멧(IoT), 전자결제 등 기술을 무인마트를 개설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 무인택배, JD닷컴 vs 순펑택배
최근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JD닷컴(징둥상청)은 산시(陝西)성에 세계 최초의 저공드론물류망운영센터를 세웠다. 교통이 불편한 산골마을 등을 시작으로 드론을 이용한 무인택배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JD닷컴이 노리고 있는 것은 정확하게는 무인물류다. JD닷컴은 지난 2015년 드론택배 사업을 정식으로 채택했고 2016년 5월에는 무인물류 실현을 위한 ‘X사업부’를 설립하고 드론, 무인자동차, 무인창고로 부서를 세분화해 공략하고 있다. 드론, 무인차 등으로 무인택배를 실현하고 배송 물품을 분리하는 로봇, 관리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람이 없어도 돌아가는 물류체계 구축한다는 포부다.
특히 무인택배에 공을 들이고 있다. JD닷컴은 지난해 11월 시안(西安)에서 무인택배 배달에 성공하고 이번 6월 18일 쇼핑데이에 또 다시 시안에서 무인택배 배달에 나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JD닷컴은 무인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언급했다. JD닷컴 드론사업부 연구원은 “일반 교통수단을 이용하면 수 천미터를 달려야 하는 곳도 드론을 이용하면 40~50분이면 도착한다”며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창둥(劉强東) JD닷컴 최고경영자(CEO)최근 “드론 등을 통한 무인배송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물류업 전반을 바꿀 혁신”이라며 “여기에 더해 무인물류는 5년 내 중국 유통업계 전체를 완전히 변화시킬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 1위 택배업체 순펑도 분주하다. 드론을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는 순펑이 먼저였다. 왕웨이(王衛) 순펑 창업자는 2012년 드론 택배 구상을 내놓고 2013년 시범 운행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2017년에 자체개발한 수직 이착륙 드론인 'Manta Ray'를 공개했고 지난 6월 중국 최초로 합법적인 드론택배 운영권을 따낸 것이다. 순펑의 드론은 5~25kg까지 운반이 가능하고 15km~100km 이동할 수 있다. 기술 측면에서의 경쟁력도 차곡차곡 쌓고 있다. 지금까지 순펑이 드론과 관련해 확보한 특허만 151건이다.
- 스마트폰만 있으면 'OK, 무인마트
#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마트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섰다. 스마트폰의 타오바오 앱(애플리케이션)을 열고 QR코드를 스캔해 입장한다. 물건을 고르고 들어갔던 문으로 나오기만 하면 알리페이로 자동결제된다. 마트 안에는 진열된 물건과 물건을 사려는 손님들 뿐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는 지난 8일 저장성 항저우(杭州)에 ‘타오카페(淘咖啡)’를 오픈하고 무인마트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200㎡ 남짓한 공간의 타오바오 카페는 QR코드, 제3자결제서비스, 사물의인터넷(IoT) 등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중국 신유통의 ‘혁명’을 이끌 혁신으로 평가됐다. 이제 막 태동을 시작한 중국 무인마트 시장에 알리바바라는 공룡이 입장하면서 무인마트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돌입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알리바바에 앞서 이미 다수의 업체가 무인마트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F5 미래상점’과 '빙고박스', '볜리펑(便利蜂)', ‘테이크 고’ 등이 대표적이다. 투자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일 빙고박스는 1억 위안(약 166억원)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빙고박스는 지난해 8월 광둥성에 1호점의 개설한 후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빙고박스는 8월까지 200개 매장을 확보하고 1년 내에 50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첫 방문시 휴대전화 번호 인증을 하면 이후 QR코드 스캔만으로 입장이 가능하다. 판매제품에 붙어있는 RFID(무선인식) 태그를 등록한 후 빙고박스 앱, 알리페이·위챗페이 등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F5 미래상점은 중국 최대 창업 인큐베이터인 혁신공장(創新工場)으로부터 3000만 위안을 투자받아 세력권을 확장 중이다. 올해 광둥성 내에 50~80개의 매장을 확보한다는 포부다.
중국 최대 식료품업체 와하하(娃哈哈)는 무인마트 업체 선란과기(深蘭科技)와 향후 3년간 10만개의 무인마트 ‘테이크 고’를 설립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2위의 온라인 여행사 취나얼 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좡전차오(莊辰超) 창업자가 투자한 볜리펑도 지난 2월 처음으로 1호점을 베이징에서 오픈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5곳의 볜리펑이 영업 중이다.
F5에 투자한 혁신공장의 슝하오(熊昊) 투자총감은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내 편의점 산업 성장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무인마트는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고 인건비, 매장면적 등 부담을 적어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투자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파격적인 ‘혁신’을 소비자가 바로 수용할지 일시적 관심에 그칠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개선점도 많고 관리 기준도 필요하다. 지난 13일 빙고박스는 주민 신고로 당국으로부터 불법건축 관련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해당 매장은 여전히 영업 중이지만 위법 여부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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