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저녁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 평화협력 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봄이 온다'에서 최씨도 무대에 섰다.

가수 최진희씨가 3월 31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에서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평양공연 출발을 앞두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씨는 이미 1992년과 2002년 평양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이번이 세 번째 무대다. 금강산 공연 경험도 한 차례 있다. 외부와 겹겹이 단절된 북한이 문을 열 때마다 최씨를 불렀다. 방문횟수만으로도 북한이 얼마나 최씨의 노래를 사랑하는지 증명해준다.
이번 무대에서 최씨는 '사랑의 미로' 한 곡과 함께 생소한 노래 한 곡을 더 불렀다. 남매듀오 '현이와 덕이'가 1985년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음반 '너나 좋아해 나너 좋아해'의 B면 2번 트랙곡 '뒤늦은 후회'였다.
평양 옥류관을 찾은 최씨는 "내 노래를 부르고 싶었는데, 준비하는 측에서 '뒤늦은 후회'를 부르라고 했다. 나는 그 노래가 뭔지도 모르고, 왜 내 노래도 아닌 걸 불러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싫었다"며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최씨는 "어제 김정은 위원장께서 내려오셔서 악수하는데 '그 노래를 불러줘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제야 왜 나더러 '뒤늦은 후회'를 부르라고 했는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뒤늦은 후회' 선곡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16년 만에 평양을 다시 찾은 최씨. 이번에 느낀 평양은 어땠을까?
최씨는 평양냉면을 먹으며 "2002년에 왔을 때는 회색 건물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색감이 다양해졌다. 사람들도 옷이 세련되고 활기차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와 무작정 상경해 오아시스레코드사의 오디션을 본 것이 가수 인생의 시작이었다. 오디션 합격 후 또래 여자아이들과 6인조 밴드 '양떼들'을 만들어 활동했다. 실력 있는 가수로 인정받았지만, 여전히 무명가수였다.
이런 최씨에게 김희갑 작곡가는 곡 하나를 선물해준다. 그 노래가 1984년 발표한 최씨의 솔로 1집 대표곡이자 지금도 유명한 '사랑의 미로'다. 발표 당시부터 폭발적 반응을 보인 이 곡은 바로 국민 애창곡으로 등극했고, 1985년 KBS 10대 가수상을 받는 등 유명가수 반열에 올라섰다.
최씨에게도 말 못 할 아픔은 있었다. 지난해 12월 방송에 출연해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가슴속에 한이 맺혀 있다. 아버지는 뇌경색으로, 엄마는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1년 사이에 두 분이 다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 충격으로) 말을 못 했었다. 말이 안 나왔다. 나는 말을 하는데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2년 동안 그랬다. 좋아지기는 했지만, 노래하는 데 2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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