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산가족상봉 이틀째인 21일 북측의 조카들을 만나러 온 강화자(90) 할머니는 몸 상태가 안 좋아 이날 오후에 열린 단체상봉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할머니는 이날 오전 개별상봉과 객실 중식에는 참가했지만 이후 진행된 단체상봉 포기 의사를 북측에 전달해 북측의 가족들도 상봉장에 나오지 않았다.
한신자(99) 할머니도 두 딸과 상봉했지만 이날 오후 단체상봉에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상봉 종료 5분을 남긴 오후 4시55분께 남측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상봉장에 나타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상봉이 끝났다는 방송이 나오자 한 할머니는 아쉬운 표정으로 북측 딸들 손을 붙들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이에 남측 자녀들이 "어미니, 내일 또 만나실 수 있어요"라고 하자 한 할머니는 안심이라도 하는 듯 겨우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북측의 여동생과 조카를 만나러 온 김달인(92) 할머니도 건강상태가 안 좋아 단체상봉에 참석하지 못했다.
상봉장에는 김씨의 여동생 김유덕(85) 씨가 아들과 함께 먼저 도착했다. 남측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북측 보장성원이 다가와 "제일 나이 많은 분은 건강 때문에 못 오고 동반자분만 오세요"라고 전했다.
이어 김씨와 함께 방북한 김씨의 부인 황정희(82) 씨와 이들의 딸 김순옥 씨가 나타나 유덕 씨에게 "오빠(김달인)가 오늘 어지러우시대서 못 오셨어"라고 설명했다.
남쪽의 조카가 북쪽 고모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써 밝게 웃으며 과자와 음료수를 건넸지만, 유덕 씨는 조카가 건네준 다과를 받기만 했을 뿐 입에 대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상봉장 입구 쪽만 무표정하게 쳐다보며 혹시나 모습을 드러낼지 모를 오빠를 기다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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