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소재 존 매케인 의원의 사무실 앞에 그의 사망을 애도하는 이들이 꽃을 남겼다. [사진=로이터/연합]
공화당 대표 원로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저격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별세하면서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정책에 제동을 걸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 의원의 사망 소식 직후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지만 둘의 관계는 무척 껄끄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매케인 의원은 생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자신의 장례식에 초대하지 않겠다고 미리 밝혔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 연설을 위해 웨스트버지니아에 방문했을 때 참모들은 뇌종양 판정을 받은 매케인 의원에도 들르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절했다는 일화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케인 의원이 베트남전에서 포로로 있었기 때문에 전쟁영웅이 아니라고 부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매케인 의원은 추구하는 바가 달랐다. 매케인 의원은 공화당 정통 보수파를 대표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내 미국 우선주의의 ‘반란’을 이끌었다. 매케인 의원은 세계화를 옹호했고 동맹을 중시하고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경찰’로서 미국의 역할에 의구심을 표했다.
게다가 지금으로선 공화당의 기류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반란파에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90%에 육박하는 높은 지지율을 자랑했다.
척 헤이글 전 국방방관은 LA타임스 인터뷰에서 “매케인 의원은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과 함께 필요할 때 당내에서 집요하게 대통령을 감시하고 대통령에 질문을 던지고 반기를 들었다”면서 “이제는 바뀔 것이다.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이자 정통 보수파인 코커 의원 역시 오는 가을 중간선거에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임기가 올해 말로 종료된다는 것이다. LA타임스는 트럼프 시대에 의회에서 누가 매케인 의원과 코커 의원을 대체할 수 있을지, 과연 대체가 가능할지를 묻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매케인 의원은 작년 7월 뇌종양 판정을 받고 투병해오다 25일(현지시간) 애리조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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