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시장 개입, 하다하다 약관 개정까지..."

  • 저축은행 약관개정 권고에 업계 '시장 개입' 논란

  • 원론적 거절 가능하나 "현실적으로 당국 뜻 거스르기 어려워"

[사진= 연합뉴스 제공]


금융당국이 최고금리 인하 효과를 확대하기 위해 저축은행에 약관 개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약관 개정은 각 사별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당국이 유례 없는 시장 개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업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중앙회는 향후 법정 최고금리 인하 시 최고금리 초과대출의 약정금리를 자동 인하하는 내용의 '저축은행의 여신거래기준약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소급 적용 사안은 아니다. 3년 전에 30%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고 해서 낮아진 최고 금리와의 차이만큼 환급되지 않는다. 개정된 약관이 시행되면 신규 체결 대출분부터 변경된 약관을 적용받는다.

이는 지난 7월 30일 발표한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금리 운용실태' 발표에 대한 후속 조치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5월 말 기준 저축은행 가계 신용대출에서 고금리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6.1%에 달한다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 

당국은 이달 2일부터 약정금리를 자동 인하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업권의 반대로 연기됐다. 약관 개정 후 전산 시스템 재정비, 고객 통보, 인프라 확보 등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약관 개정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업권과 지금까지 2~3차례 회의를 했는데 초반에 비해 개정 취지 등에 많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금감원이 법 개정 대신 약관 개정을 택한 것은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소하고 위헌과 담합소지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표준약관 개정은 업계가 자율로 정하게 돼 있고 업계의 온전한 권한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국이 법 개정이라는 공식 루트를 통하지 않고 약관개정이라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며 "업계가 당국의 승인을 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약관을 개정하려면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업계 의견을 취합해 결정한 뒤 금감원 승인을 거쳐야 한다. 원론적으로는 저축은행중앙회장이 금감원 제안을 거절하면 약관을 바꾸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당국의 뜻을 거스리기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표준약관 개정이 업계에 개선방향을 제시한 것일 뿐 강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부는 당국을 이길 수 없다며 약관 개정을 준비하고 있는 반면 일부는 최고금리 인하가 추세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준비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가장 곤란한 곳은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이다.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인수할 당시 금융당국은 대부업 자산 감축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로 인해 해당 저축은행들은 대부업 자산을 저축은행으로 흡수했다. 이것만으로도 저축은행 입장에선 낮은 금리로 대환대출을 해준 것인데, 약관개정까지 이뤄지면 손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에 충분히 대비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밀어붙이는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부작용을 낳게 돼 있다"며 "현 정부의 포용적 금융 기조가 금융사들의 희생과 시장 역행으로 이뤄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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