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군 인기 지역으로 겨울 전세거래가 활발했던 양천구 목동도 예년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은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2단지 전경. [사진= 강영관 기자]
서울 전세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전셋값이 4주째 내림세를 보이는 가운데, 서울 곳곳에선 전세 물량이 빠지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포·노원·양천구 등 주거밀집지역에서도 2~3개월 전 시세 대비 수천만원 가격이 내린 급매물 정도만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 그간 세입자가 먼저 어렵게 부탁해야 했던 리모델링, 도배·장판 교체, 청소 등도 이제는 집주인이 나서서 선조건으로 제시하는 전세매물이 많아졌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양천구 목동신시가지2단지 전용 97㎡형 12층이 지난 11월 10일 7억원에 전세거래가 체결됐다. 그런데 불과 1개월 후 같은 주택형 7층이 5억6000만원으로 1억4000만원이 빠진 채 거래가 이뤄졌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3단지 전용 95㎡형 4층도 10월 20일 6억8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지만 12월 17일에는 같은 층이 6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형의 경우 지난 10월 3층이 5억7500만원에 거래됐지만 12월 8일에는 5억원으로 7500만원 떨어졌다. 이 아파트 전용 84㎡형도 10월 11일 7억8000만원까지 올랐지만 이달 21일 6억6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대표 주거지인 마포·강서·관악·도봉·노원구 등은 거래 감소세가 뚜렷하다. 이달 마포구 815건(11월 597건), 강서구 757건(11월 999건), 관악구 306건(11월 405건), 도봉구 372건(11월 495건), 노원구 1048건(11월 1386건) 등이다.
마포구 아현동의 B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에 마포자이 아파트가 지난 9월부터 입주를 진행하면서 인근 전셋값이 하향 조정됐다"면서 "지난가을 대부분 전세 거래가 진행되면서 지금은 조용한 편이고 나와 있는 물건 소화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학군 인기 지역으로 겨울 전세 거래가 활발했던 양천구 목동도 예년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다. 목동의 S중개업소 대표는 "1주택자의 전세자금 대출이 막히다 보니 살던 집은 그대로 두고 학군을 보고 임시로 전세를 살다 가려는 수요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전세 세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조건을 내건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양천구 신월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노후 아파트가 많은 편이어서 전세가격을 하향 조정해도 잘 찾지 않는다"면서 "집주인들이 먼저 리모델링을 해서 전세를 내놓거나 도배·장판 가격 지원을 해주겠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월세 거래 위축이 계절적 영향 외에도 재계약, 대출 규제 등 원인이 다양해 새해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경기 침체와 집값 하락 등으로 이사를 가지 않으려는 심리가 확산되고 전세 만기가 도래한 것들도 재계약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새해에도 전·월세 거래량이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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