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생전에 누군가에게 재산을 증여하느냐, 아니면 사후에 한 번에 물려주느냐에 따라 산정되는 금액 차이가 크다. 개념을 제대로 알기만 해도 합법적인 방법으로 절세가 가능하다.
◆상속·증여, 세율 같지만 절세는 천지 차이
우선 상속과 증여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상속은 부모가 사망함으로써 모든 재산이 이전되는 반면, 증여는 부모님 생전에 일부 재산을 자녀에게 이전하는 것을 뜻한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세법상 세율이 같다. 1억원까지는 10%, 1억~5억원은 20%, 5억~10억원은 30%, 10억~30억원은 40%, 30억원 초과는 50%의 세금이 매겨진다. 차이가 있다면 상속세는 전체 재산에 대해서 과세하고 남은 금액을 유족들이 나누게 된다. 증여세의 경우 받은 사람별로 세율을 계산하게 돼 있다.

예를 들어 50억원을 상속받는 것보다 미리 5명의 유족이 10억원씩 나눠 받는 게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때문에 이 경우 상속세는 15억4000만원, 증여세는 11억2500만원의 세금이 나온다. 증여가 4억1500만원을 절세할 수 있는 셈이다.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전체 재산에 대해 상속공제를 1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배우자에게 상속하는 경우 최대 30억원까지 공제가 된다. 따라서 이보다 상속 재산이 많을 경우 일반적으로 증여가 유리하다.
증여세도 세금을 내지 않는 범위가 있다. 배우자는 6억원 이하의 증여, 성인 자녀는 5000만원, 미성년 자녀는 2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단, 이 공제금액은 10년을 합산해서 적용하기 때문에 이보다 재산이 많은 경우는 장기간에 걸쳐서 조금씩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증여의 경우 대부분 재산을 물려주려는 증여자가 얼마를 줄지, 언제 어떻게 줄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상속은 상황이 다르다. 사고·질환 등으로 갑자기 생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고 50% 초과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상속세 계산 구조를 감안할 때 사전증여는 강력한 절세수단 중 하나다. 재산을 증여와 상속으로 나눠 넘겨주되 서로 합산되지 않는다면 각각 10% 세율부터 적용받을 수 있다.
주로 은행을 통해 자산관리를 하는 사람들은 상속이나 증여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은행들은 금융자산의 경우 상속·증여 시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저축성보험 비과세 10년짜리 상품에 부모가 자녀 명의로 꾸준히 납입하면 나중에 자녀가 이를 수령하는 방식이 통용됐다. 일종의 사전증여 방식인 셈이다. 하지만 비과세 한도가 축소되면서 금융자산을 기반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어졌다.
은행 관계자는 "상속으로 잡히지 않게 미리 증여를 하려고 하지만 최근 10~20년까지 금융거래 내역이 다 드러나기 때문에 고객이 사망할 때 상속세에 모두 포함된다"며 "때문에 최근 은행에서 상담할 때 절세 방법보다는 증여세와 상속세를 어떻게 마련할지 재원 마련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절세만큼 중요하다··· 형제·자매 간 '평화'
최근에는 절세만큼 중요하게 여겨지는 게 상속·증여로 인한 자녀들 간의 갈등과 분쟁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실제 발생한 상속 분쟁을 살펴보면 10건 중 9건이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몰아준 경우 다른 자녀가 재산 분배를 요구하는 경우로 나타났다.
은행과 증권사의 신탁 상품이 주목을 받는 것도 이와 관련이 크다. 신탁은 말 그래도 믿고 맡긴다는 뜻이다. 신탁 상품은 과거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겼지만 미혼인 1인 가구가 늘고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문턱이 낮아졌다.
특히 상속형 신탁제도를 활용하면 재산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수준을 넘어 위탁자 사후에 상속 분쟁을 줄임과 동시에 유산 정리, 자산 및 사업 승계 관련 부가서비스 등도 제공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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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하면 세대 연속 상속도 가능하다. 부부와 자식은 물론 손자 세대로까지 이어지는 탄력적 상속 설계가 가능하다. 유언장을 작성하는 경우엔 최초의 상속인만 지정할 수 있는 것에 비해 범위가 넓다.
가족에게 상속하고 싶지 않을 경우에도 신탁 상품을 이용하면 된다. 유언기부신탁은 재산을 은행에 신탁해 맡긴 뒤 일반 통장으로 쓰다 위탁자가 사망하면 신탁금액을 계약서에 명시한 학교나 공익단체 등에 기부하는 것을 지원한다.
신탁상품을 통해 절세 효과도 볼 수 있다. 사전증여신탁은 상품 가입 후 재산이 늘어나더라도 이에 대한 재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증여공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해 재산을 증여한 후 신탁상품을 운용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신탁 상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 은행들이 신탁을 통해 얻는 수익도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은행들의 신탁 수익은 총 1조150억4500만원이다. 이 가운데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수익은 7233억2400만원으로 전체의 71.3%를 차지하고 있다.
시중은행 소속의 한 세무사는 "상속세 신고와 증여 재산의 배분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 다소 복잡하고 잘못 신고할 경우 가산세 등을 내야 할 수 있다"며 "처음부터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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