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제공=지지옥션 ]
1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들이 경매시장에 우르르 쏟아지고 있다. "최소 한 번은 유찰돼야 응찰하겠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나오는 즉시 팔렸던 강남 소재 아파트들마저 맥을 못추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전용면적 84㎡)가 6일 18억4000만원에 경매 시장에 나온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1월 감정가 23억원으로 경매 시장에 등장했다. 그러나 응찰자가 단 한명도 없어, 이달에는 몸값을 낮춘 최저가 18억4000만원에 모습을 드러낸다.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의 시세는 25억~27억원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중순 최고가 27억원(25층)을 찍은 뒤 비슷한 수준에서 호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올해 들어서 해당 단지에서 매매거래가 단 한 건도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초 전용면적 222㎡가 37억4000만원에 팔린 게 마지막이다. 전용면적 84㎡는 같은 해 9월 최고점을 찍은 뒤 거래가 전무하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부르는 가격이 달라도 너무 달라 거래로 이어지기 힘든 실정이다. 현지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은 25억~27억원에서 한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반응이지만 매수자들은 20억원 아래로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4월 공시가격 발표 후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아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7월 24억9000만원→8월 중순 25억5000만원→9월 27억원에 거래되면서 3개월 만에 2억원이 넘게 뛰었다.
이런 분위기는 경매 시장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비 응찰자들은 강남 아파트의 경우 최소 한 번은 유찰돼야 응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지옥션 서지우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지켜보다가 최소 1회 유찰되면 응찰한다”며 “얼마 전만 해도 신건도 무서운 속도로 팔렸지만 이제는 일단 관망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지금 경매에 나온 물건들은 보통 지난해 8~10월 시세가 정점을 찍었을 때 감정을 받은 물건들”이라며 “9·13대책 후 호가만 높아지고 실상 신고된 매매기록이 없으니 해당 아파트가 향후 얼마나 오를지 쉽게 점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달 서울에서만 10억원이 넘는 아파트 21채가 경매 시장에서 쏟아져 나온다. 이 중 최소 1회 유찰된 물건은 총 14채로 절반이 넘는다.
한편, 지지옥션에 따르면 강남3구의 2월 낙찰가율과 낙찰률은 각각 52.7%, 16.7%이다. 낙찰가율이 50%대로 주저앉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평균 응찰자도 1.3명으로 지난달 4.1명에 비해 크게 줄었다. 다만, 낙찰가율과 낙찰률이 크게 하락한 것은 지난달 유치권이 걸린 물건들이 팔린 영향이 크다. 서지우 연구원은 “유치권이 걸려 있어 수차례 유찰된 물건들이 감정가의 50% 수준에 낙찰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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