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융보복 오해와 진실] ①일본계 저축은행, 대출금 10조 회수하면 득보다 실?

자금 100% 국내서 조달…해외 송금도 쉽지 않아

#일본이 결국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무역 제재로 시작된 일본의 경제 보복은 사실상 모든 산업으로 확산됐다. 일본의 추가 경제 도발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금융권에 잔존하는 일본계 자금이 급작스레 이탈하는 것도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일본이 취할 수 있는 금융보복 시나리오를 진단하고 그 영향과 가능성을 점검해봤다.

국내에 들어온 일본계 자금 규모는 기준에 따라 차이를 보이나 대체적으로 50조~6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일본이 경제보복을 금융 분야까지 확대해 일본계 외화차입금에 대한 만기연장 거부와 자금을 즉각 회수하기 시작한다면 국내 금융권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일본계 자금의 움직임이 가장 신경 쓰이는 분야는 서민금융부문이다. 일본계 자금이 국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시장을 상당부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축은행권을 살펴보면, 최대주주가 일본계인 저축은행은 SBI·JT친애·JT·OSB 등 총 4곳에 이른다.
 

[사진=각 저축은행, 저축은행중앙회]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일본계 저축은행의 대출채권 규모는 10조7351억원으로 79개 전체 저축은행의 대출채권 규모 56조7304억원의 18.92% 규모다. 일본계인 SBI저축은행은 대출채권 규모가 6조456억원으로 업계 1위에 해당된다. JT친애(1조8697억원)와 OSB(1조7919억원)도 대출채권 부문에서 8~9위에 해당하는 대형 저축은행이다.

이들의 대출처는 대부분 국내 가계와 기업에 집중돼 있다. 가계 및 개인 대출이 4조7205억원(43.97%)이며, 기업대출은 6조145억원(56.03%)으로 집계됐다. 기업대출을 세분화하면 부동산 및 임대업체 대출이 1조420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금융 및 보험업체 1조2027억원, 제조업체 8105억원, 도·소매업체에도 5682억원의 대출이 집행됐다.

 

[사진=각 저축은행]

물론 이들이 보복 차원에서 10조원이 넘는 대출의 상환을 한꺼번에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기가 도래하면 연장대출을 거부하는 식으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이 3조1141억원(29.01%), 내년 만기인 대출이 1조4225억원(13.25%)으로 합계 4조원이 넘는다.
 

[사진=각 저축은행]

다만 일본계 저축은행이 이같이 만기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금융 보복을 위해 실행했다가는 이익은커녕 스스로 손해만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일본계 저축은행의 대출자금이 100% 한국 내에서 조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 결과 일본계 저축은행이 만기 연장 거부로 축적한 자금을 일본이나 제3국으로 보내려면 외국환거래법 등 관련 법망을 피해야 한다. 평상시에도 쉽지 않은 일인데, 관계 당국이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결국 만기 연장 거부로 회수한 자금은 다시 국내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해주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 신규 대출 없이 계속해서 축적해 놓을 수는 있으나, 이 경우는 고정비용이 계속 지출되기 때문에 손해를 보기 쉽다.

물론 양국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황이라 극단적인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출금 회수 등의 사태가 일어나면, 일본계 저축은행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과 개인은 상당히 곤란한 일을 겪을 수 있다. 다만 저축은행업권에서만 19%의 점유율을 보이는 일본계 저축은행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더라도 국내 금융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본계 저축은행이 만기 연장을 거부하거나 대출을 중단하는 행위가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제살깎기 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극단적인 상황이 오더라도 일본계 금융사가 받는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여 우리에 대한 보복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