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 속에 꽃 피는 민간 교류…한일교류회 크지프 현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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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0-01-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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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한국 친밀도 역대 최저 수준 기록

  • 이럴 때일수록 한일교류 활발해져야


"하지메마시떼(처음 뵙겠습니다)"

지난 5일 오후 3시 서울 강남역 9번 출구 인근의 한 카페.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에 일본어가 스며들어 카페를 채웠다. 카페 한쪽에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는 서툰 한국어와 일본어가 뒤섞여 2시간 동안 이야기가 이어졌다. 8년 동안 이어진 한일교류회 크지프(KJIF)가 개최한 한일교류 현장이다.

2012년 4월에 만들어진 크지프는 한일 국제교류단체다. 크지프는 매주 언어교류와 요리 교실 등 한일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카페에서도 매주 일요일에 열리는 언어교류 모임이 한창이었다.

 

5일 강남역 한 카페에서 열린 한일교류회에서 양국 청년들이 모여 서로의 문화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사진=홍승완 기자]

 
일본인 유학생 아오이 씨는 태블릿 PC 화면 속 히라가나를 가리키며 한국 학생들에게 일본 생활을 차분히 알려줬다. 에반 강 크지프 대표는 "작년 한일 분위기는 얼어붙었지만, 민간 차원 교류는 여전히 활발하다"고 말했다. 강 대표와 인터뷰하는 중에도 교류회를 찾은 한국 참가자들은 가타카나로 적은 자신의 이름표를 들고 일본인이 있는 테이블로 가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한·일 국가 간 관계는 여느 때보다 좋지 않다. 마이니치 신문이 지난 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이 느끼는 한국 친밀도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미국, 중국, 한국, 러시아 등 4개국에 대한 친밀도 평가에서 한국은 1.9점(평균치)을 얻었다. 2018년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 분위기가 얼어붙었던 당시 조사 때(2.1점)와 비교해도 0.2점이 떨어진 셈이다.

깊어진 한일 갈등의 골만큼 한국 유학을 준비하는 일본 학생의 걱정도 높아졌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유학했던 미치카(츠다주쿠대학·4년)씨는 "한국 유학 예정인 일본 학생들의 경우, 주변인들이 걱정하는 경우를 봤다"며 "한국에 대해 잘 모르고, 한국 내 반일시위만을 TV로 접하는 만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런데도 크지프에서 만난 한일 참가자들의 교류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이날 열린 한일교류회에는 양국 문화에 관심을 가진 한일 청년 스무 명 가량이 모였다. 세 시간가량 이어진 이 날 교류회에는 일본인 학생이 한국인 참가자들에게 일본 문화와 신조어 등을 알려줬다. 한 한국인 참가자는 휴대폰 사전으로 일본어 단어를 일일이 찾아 이야기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강남역 인근 카페에 모여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한일 청년들 [사진=크지프 제공]



일본인 참가자가 틀린 문법을 사용할 때는 한국인 참가자가 잘못된 부분을 차분하게 알려주는 모습도 보였다. 교류회 종료 한 시간 전. 한일 청년들은 강강술래 하듯 둥글게 모여 앉아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관심 분야를 이야기했다. 얼어붙은 한일 관계 속에서도 교류회에는 훈풍이 불고 있었다. 

교류회에 참가했던 박세훈(29) 씨는 "정치적으로는 한일 관계가 좋지 않지만, 이 영향이 민간 교류에까지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양국 간의 호전적인 관계 형성은 결국 한일 국민들 간의 교류가 그 바탕"이라며 "앞으로도 한일 국민들이 만날 수 있는 교류 행사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강 대표는 양국 문화 교류 행사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 대표는 "매년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문화교류 행사인 한일축제한마당을 가보면 우리와 같은 민간단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매우 제한적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부가 민간 교류 단체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해준다면 한일 교류가 더 활발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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