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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디지털 미디어 '동상이몽'... 수요자 중심 진흥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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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희 숭실대 교수
입력 2020-02-05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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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희 숭실대 교수

정부는 미디어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육성을 위해 지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디지털 미디어 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에서는 미디어에 대한 인공지능(AI)의 역할을 강조하고, 그중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한 혁신에 그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기존의 미디어 산업에 존재하는 규제를 과감히 푸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는 매우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고 판단된다. 무엇보다 혁신을 위한 정부의 의지를 시장에 보여준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핵심인 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각계각층에서 수집하고, 관계부처가 치열하게 고민을 나누고 토론하는 점은 당국자들 처지에서 다소 피곤할 수 있으나, 정책 수용자들인 국민의 관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수요 중심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를 조성하고 발전하려면 경제의 3주체(정부, 기업, 국민)가 모두 혁신 대상이 돼야 한다. 아직 미디어 산업은 그간의 노력에 비해 그 성과가 다소 부족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산업 크기 자체가 성장하지 못했는데, 이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콘텐츠 사업자를 육성하고자 하는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 대목이다. 일단 기업에서는 미디어 산업을 그 사회적 파급력보다 투자에 대한 수익 창출이 불확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작은 시장규모에 많은 사업자가 존재하고, 소비자들은 콘텐츠나 플랫폼에 대한 지불의사액이 적다고 느낀다. 경쟁이 심하고 가격은 저렴하니 미디어 산업을 꾸려나가야  하는 사업자 처지에서는 이보다 죽을 맛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연쇄적 반응으로 인해 미디어 시장 전체가 돈이 마르는 현상이 지속된다.

반면,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이제는 미디어 산업에 대해서 지갑을 여는 것에 거부감이나 부담감이 덜하다. 다만 사고 싶은 콘텐츠인가, 또 가입하고 싶은 플랫폼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재화와 용역을 제공한다면 기꺼이 소비할 의향이 있다. 막연히 사업자가 느끼는 것처럼 소비자들의 지불의사가 낮지만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기꺼이’ 그러고 싶은 콘텐츠나 플랫폼 서비스가 많이 없다. 넷플릭스, 웨이브 등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정부로서는 디지털 미디어 산업을 위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국민의 수요는 너무 많고 사업자들은 규제를 의식해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고만 하니, 모처럼 의지를 갖추고 열심히 하려고 하는 데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디어의 3주체들이 서로 동상이몽하는 것은 각자 진흥 정책에 대한 수요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부터 물꼬를 틀 수밖에 없다. 그중 가장 빠르고 효과가 큰 것은 기업의 영역에서 혁신하는 것이다. 정부의 진흥정책에도 기업영역에서 별 반응이 없다고 느끼는 점은 자신들의 수요를 얼마만큼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주문형 미디어 진흥 정책'이 필요하다. 주문형 비디오처럼 수요자 중심의 진흥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디어 시장 내에서 자유롭게 여러 주체가 모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성하고 이를 지원하는 인프라와 자원을 제공해주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공간을 제공해주고 비즈니스 모델을 같이 개발해주며, 해외진출을 보조하고, 연구개발(R&D)을 민·관이 협력해 수요중심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역시 모듈화된 정책을 다양하게 개발해서 준비해야 한다. 미디어 산업 내 이종 기업 간의 서비스 결합을 합리적으로 지원하고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정부는 이러한 수용중심의 주문형 미디어 진흥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신호를 시장에 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디지털 미디어 사업자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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