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트럼프, "韓 입국제한 지금은 아냐...팬데믹 피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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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2-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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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입국제한 질문에 "지금은 적절한 때 아냐"

  • "재선 위해 공포감 잠재우기...실질 조치 없다" 비판

연일 커지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불안으로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향후 재선 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것을 미연에 막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이하 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팬데믹 사태를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입국 제한에 대해서는 아직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밝혔다. 추가적 여행 제한 조치를 당장 시행하기보다는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통제에 대한 질문이 거듭 이어지자 존스홉킨스대학의 지난해 10월 발표 자료를 근거로 들며 한국은 세계에서 전염병 대처를 가장 잘 하는 나라 중 하나(9위, 70.2점)라면서 "미국은 미국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UPI·연합뉴스]


◆'팬데믹'에 격노한 트럼프, 재선 위해 '불안감' 잡아야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팬데믹 사태는 '피할 수 없는 것(isn't inevitable)'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코로나19 공포를 잠재우는 데 주력했다. 최근 세계적 재확산 추세에 팬데믹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증시가 이틀 연속 폭락하면서 재선 행보에 먹구름을 드리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증시 상승을 가장 큰 공적 중 하나로 곧잘 치켜세웠다. 

그러나 지난 24일 뉴욕증시는 개장과 함께 2018년 2월 이후 2년 만에 일일 최대 낙폭을 보이면서 올해 상승분을 전부 반납하고 작년 10월 수준으로 후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아주 아주' 잘 대응해왔다"면서 "미국 국민이 코로나19에 노출된 위험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대응 총괄 책임자로 임명하면서 "코로나19가 확산한다면 미국 정부는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이는 앞서 미국 보건당국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내놓은 '팬데믹을 피할수 없다(inevitable)'는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앤 슈챗 CDC 수석부국장은 "팬더믹은 더이상 '만약(if)'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언제,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감염될 것인가의 문제"라고 우려를 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 방문 일정 중에도 코로나19에 대한 CDC의 과도한 경고가 투자자들을 겁먹게 했다며 격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질 조치 빠지고 엇박자 대응...신뢰감 '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자심감을 표현했지만, 미국 언론들은 코로나19의 확산 위험성에 대해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기자회견 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태를 해결할 실질적인 조치를 내놓기보다는 당국의 대처를 치켜세우고 독감과 비교하며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축소하려는 수사만 늘어놓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한 기자가 "오늘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미국인에게 행동에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두 손을 비비며 "손을 잘 씻고 청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좌중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엄중한 상황을 가볍게 취급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견 내내 불명확한 발언만 쏟아내면서 불안감을 낮추고 사태를 극복할 신뢰감을 주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티나 후퍼 인베스코 수석 전략가는 마켓워치에 "기자회견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다. 지수를 반대 방향으로 되돌리겠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확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금리인하 결정만이 추가 추락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회견에 참석했던 CDC 관료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의 내용과 엇갈렸던 것도 논란이 됐다. CDC는 이날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해외여행을 하거나 다른 감염자와 접촉한 적이 없어 감염원이 불분명한 60번째 확진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회견장에 참석했던 앤 슈챗 CDC 부국장은 추가 질의응답 시간에 "우리의 공격적 억제 전략은 효과를 내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더 많은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몇 주, 몇 달간 궤적이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AP통신은 "회견장 트럼프 대통령 옆에 서 있던 사람은 학교 폐쇄를 포함해 더 광범위한 확산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보건 당국자였다"고 꼬집기도 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앤 슈챗 CDC 수석부국장.[사진=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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