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 나이에 이모부가 운영하던 오디오 전축 회사에서 제품 개발과 디자인, 판매까지 도맡았다. 빠릿빠릿하게 판매를 잘하고 구매‧세무 등 턴키로 일을 했는데, 봉급도 안 받았다. 주말에 용돈 2~3만원만 받고 기술을 쌓은 시기였다. 이모부는 빚을 다 갚은 뒤에 회사 정리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오디오 전축 엔지니어로서 소리와 디자인에 자신 있던 내가 그때부터 회사를 직접 운영하게 됐다. 고객들이 가게에 와서 소리를 듣고, 디자인을 보면 다른 가게 한 바퀴 돌고 와서 꼭 우리 제품을 샀다. 하루에 20세트는 팔았는데, 그 당시 돈으로 제품당 10만원씩 남았던 것 같다.”
오디오 전축 가게에서 사업을 시작한 류성현 코스텔 대표는 어느덧 창업 34년 차에 들어섰다. 오디오를 포함해 주방가전, 빌트인 텔레비전, 욕실제품 등 가전제품을 판매하며 회사를 성장시킨 그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단 한해를 제외하고 33년간 흑자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이 주름잡는 가전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을 통한 ‘코스텔’ 브랜드의 경쟁력 덕분이었다.
1986년 설립된 코스텔의 전신은 평화전자였다. 류 대표가 음향시스템을 개발해 모델하우스에 납품하기 위해 상표를 등록할 때 평화유통이라는 상표가 이미 존재해 코스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과거에는 모델하우스에 빌트인 가전 개념이 대중화돼 있지 않았는데, 류 대표는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디자인과 성능을 통해 브랜드화에 성공한 코스텔 제품이 타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되자 오피스텔 빌트인 가전을 소위 ‘싹쓸이’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빌트인 가전에 관심을 보인 것도 코스텔의 성공 사례를 본 이후였다.
류 대표는 “제품 개발과정에서 색상과 디자인 하나하나에 다 관여했다. 제품이 좋다 보니 당시 라디오 800만개를 건설시장에 납품하기도 했다. 이후 대기업이 빌트인 가전 시장에 들어와 우리는 텔레비전만 공급하다가 최근에는 다시 빌트인 사업을 늘리고 있다”며 “인덕션, 쌀 냉장고, 살균소독기, 제습기 등 대기업이 안 하는 미래 아이템을 빌트인으로 개발했다. B2B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제품은 B2C 시장에도 진출시킬 예정이다”고 말했다.
코스텔은 300~400억원대의 매출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2018년 기준 매출액은 414억원을 달성했다. 제조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은 10%를 웃돈다. 아파트에 도입되는 빌트인 가구 등을 통해 확보한 수주 잔고는 580억원이다. 매년 200~300억원의 매출을 이미 확보한 만큼 유동성에 대한 걱정도 크지 않다. 지난해 말에는 K-OTC(장외주식) 시장에 상장했다. 기업공개(IPO)에 도전하기 전 주주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신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한 준비작업 차원이다. 회사는 2021년 IPO를 위해 감사인 지정 신청, 주관사 선정 등 기업공개 로드맵을 진행중에 있다.
류 대표는 “충전기 시장은 대기업이 들어오기 힘들고, 중소기업도 기술력과 재무적 안정성이 없다면 버틸 수 없다”며 “코스텔은 텔레비전과 주방가전 등 매월 3만개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시장은 앞으로 계속 클 수밖에 없는데, 만드는 거 하나는 자신 있다. 이미 전국에 사후관리(AS)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전기차 충전기, 친환경 산업 및 의료기기 분야 등 신수종사업에 진출해 미래먹거리 확보를 통한 더 튼튼하고, 지속가능한 회사로 키워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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