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징벌적 손배제]일주일에 1개씩 中企 기술이 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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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20-03-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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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 중소기업연구원]


“품질개선 의뢰를 받고 제품을 만들어 줬는데, 지금은 우리 핵심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다른 업체가 납품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성장 경쟁력의 핵심이자 자산인 ‘기술’이 보호장치가 얇은 탓에 너무 쉽게 유출되고 있다. ‘을’의 입장인 중소기업은 기술유출 피해를 받아도 거래 관계가 끊어질 것을 걱정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혁신성장을 촉진시키고, 제2벤처붐의 빠른 확산을 위해 기술유출에 대한 강화된 제도가 조속히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12일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2014~2018년)간 확인된 기술유출 피해기업 수는 246개사다. △2014년 51개 △2015년 59개 △2016년 52개 △2017년 52개 △2018년 32개 등이다. 연평균 49개사 이상이 기술유출로 피해를 입었다. 1주일에 중소기업 한곳의 기술이 유출되는 셈이다. 기술유출 피해액만 5년간 5410억원에 달한다. 기술유출 건당 피해액은 2015년 13억7000만원에서 재작년 16억7000만원으로 증가 추세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피해기업과 액수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기업 기술유출에 대한 국내 보완장치가 미흡한 편이다. 관련 법 중 하나인 기술보호법은 아예 처벌 규정이 없고, 하도급법은 위탁대상과 위탁기업의 ‘업’이 동일해야 하는 등 거래관계를 7가지로 제한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업자가 엔진제작을 위탁하면 적용이 가능하지만, 작업복 제조를 위탁하면 해당이 안되는 식이다.

기술유출 피해가 발생해도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중소기업은 3곳 중 1곳(32.4%)에 이른다. 거래 관계에서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을’에 위치에 있어 거래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입증여력이 부족한 점도 주요 원인이다. 중소기업계는 기술유출이 발생해도 ‘빼앗긴’ 측인 중소기업이 이를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실제 기술유출에 법적 대응을 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는 ‘영업기밀 유출 사실 입증곤란’(66.6%)이 차지하고, ‘거래관계 유지’(53.3%)가 뒤를 잇는다.

결국 중소기업의 기술유출에 대한 속앓이는 매년 커지고 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8년 기준 중소기업기술통계조사를 보면, 고기술기업의 10곳 중 4곳(36.9%)은 기술정보 유출이 우려돼 외부 공동·위탁 기술개발을 하기 힘들다고 응답했다. 음료(24.7%)와 섬유제품(24.9%) 산업군도 기술유출을 걱정하는 답변 비율이 높았다. 10년 전인 2009년 같은 조사에서 고기술업종의 ‘기술정보유출 및 유출 우려’는 3.6%에 불과했다. 섬유제조제조업은 4.1%였고, 음료제조업은 아예 기술유출 우려가 순위에 오르지도 않았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기술탈취에 대한 실효적 처벌과 구제가 미흡하다며 입증책임 부담 완화와 행정조치 강화 내용 등을 담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의 조속한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계 9개 단체는 최근 “우리 경제 병폐인 불공정거래와 기술탈취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한 처벌을 하자는 취지의 상생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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