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기다려도 안온다 "인천공항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 효율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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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입력 2020-03-3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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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보다 스태프 더 많아 '검역관 한가로이 독서중'

  • 정부 "일단 추이 보면서 필요성 낮은 시설들 조정할 것"

인천공항에 설치된 개방형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환자를 기다리고 있는 공보의. [사진= 장윤정 기자 ]

공항 검역단계에서 코로나19의 빠른 진단검사를 위해 인천공항에 새로운 형태의 개방형 선별진료소인 '개방형 워킹 스루(Open Walking Thru)'가 지난 26일 개소했지만 유럽, 미주발 입국자가 적어 효용성이 의문이다. 운항 비행기도 대폭 축소돼 하루에 2~3편의 비행기만 들어오는데다 내부에서 유증상자를 걸러내고 무증상자만을 검사하다보니 검사자가 극히 적다.

더군다가 개방형 워킹 스루 진료소는 처리 속도도 빨라 대기 시간 없이 처리가 가능하고 야외라 넓은 공간에 설치된 진료소 숫자도 많은데 대응해야 할 환자는 적어 시스템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스태프들은 오전 일찍부터 진료소를 열고 준비를 시작하지만 정작 검사받고 가는 숫자가 적다보니 하루종일 대기만 하는 모양새다.
 

◇환자보다 스태프 더 많아 "검역관 한가로이 독서중"

지난 27일 오전 10시 인천공항 제 2터미널에 도착해 입국장 4번 출구 앞에 설치된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 앞으로 가봤다.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를 이용하는 유럽, 미국발 승객들의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다수의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 개시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환자를 찾아보긴 어려워 진료가 언제 개시되냐고 물어보니 오후 1시에 유럽발 비행기가 들어온다고 한다. 1시 이전에는 환자가 없다며 제 1터미널로 가보라고 했다. 

제 1터미널 교통센터 앞에 설치된 개방형 워킹 스루 진료소를 찾았으나 역시 이곳에서도 진료받는 환자들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제 1터미널로 들어오는 유럽발 비행기는 오후 3시에 있다는 것. 차라리 2터미널로 이동해 1시에 들어오는 유럽발 비행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겠다 싶어 다시 1터미널로 이동해 유럽발 도착 승객들을 기다렸지만 2시가 되어도 승객들은 나오지 않았다. 공항측에 문의하니 내부에서 유증상자들이 모두 걸러져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를 이용할 승객들이 전혀 없어 패스됐다는 것. 2시 50분 런던행을 기다리라는 설명이었다. 외부에 나가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를 둘러보니 공보의들이 한가로이 독서중이었다. 

"하루에 처리하는 환자 수가 얼마나 되냐"고 문의하니 "도착 비행기가 적고 시간 간격이 띄엄띄엄이라 여유가 있는 편"이라며 "업무량이 많은 편은 아니다"고 응답했다. 환자 숫자보다 대기하고 있는 공보의, 검역관 및 지원차 파견된 육군들이 훨씬 많았다.

긴 기다림 끝에 런던행 비행기에서 도착한 외국인 입국자들이 워킹스루 진료소를 방문했다. 먼저 공보의들에게 문진을 받고 이후에는 이곳에서 여권을 확인한 후 테스팅 부스에서 검체 채취 키트를 이용해서 면봉을 코와 입에 집어넣고 검체를 채취한다. 이 모든 과정이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내국인들은 선별진료소를 거치지 않는다. 대신 사흘 내 반드시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아야 하고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때문에 이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를 이용하는 인원은 더욱 적다. 

한산한 인천공항 제 2터미널 개방형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 [사진= 장윤정 기자 ]

◇정부, 일단 추이 보면서 필요성 낮은 시설들 조정할 것 

이처럼 유증상자 시설 쪽은 업무가 폭증하는 데 반해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는 한가하다.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를 좀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안이 없을지 중앙안전대책본부에 문의해봤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이에 대해 “입국에 관한 여러 가지 조치들을 상황에 따라 변경하다보니 설치해놓은 시설들이 적절히 운영되고 있는지 단시간 내에 평가해서 바꿔야 하는 부분에 어려움이 있다. 유용도를 높여서 자원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고려하겠지만 일단 추이를 보면서 필요성이 낮아지면 줄이는 조치들도 한꺼번에 시행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1일부터 전 세계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에 대해 2주간의 자가격리를 의무화하는 강화된 입국절차가 시행된다. 이 절차로 인해 개방형 워킹 스루 선별진료소의 이용이 조금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해도 시설에 비해 이용자가 너무 적다. 해외입국자로 인한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공항이 검역의 제 1관문으로 2중 3중 확진자를 가려내는 관문이 되어야 하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일손이 달려 화장실 갈 틈도 없는 선별진료소가 있는 반면 이용객이 적어 한가로운 시설이 있다면 이용자 숫자에 맞춰 자원을 배분해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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