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관. [사진=연합뉴스]
◆유리한 고지 점하기 위해 물밑협상
7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 내부에서는 인수 포기가 아니라면 계약 조건 변경에 무게를 싣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확고한 인수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달 들어 '유보'로 입장을 선회하고 재협상의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적자가 올해 1분기에만 3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반등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연말까지 1조원이 넘는 적자가 불가피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조5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했는데,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은 이날 기준 7858억원에 불과하다. 시총보다 3배 이상의 비용을 치르고 인수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미래에셋대우증권의 이탈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래에셋대우는 이 같은 가능성을 부인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앞서 재무적투자자(FI)로 아시아나항공에 4899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유동성 확보를 위해 발을 뺄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HDC현대산업개발이 먼저 인수 포기를 결정하지 않는 한 단순 FI인 우리가 먼저 발을 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인수 불발 시 2500억 손해··· 산은 부담 커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를 포기할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액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2500억원을 손해 보게 되는 만큼 KDB산업은행과 물밑에서 재협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인수자금 지원, 차입금 상환 유예 등 인수계약 조건 변경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이 무산될 경우 HDC현대산업개발뿐 아니라 주채권단을 대표하는 산은,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모두 손해가 적지 않다. 산은의 경우 이번 인수전이 무산되면 새로운 인수 후보자를 물색하기 쉽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장기간 진행된 인수전에도 불구하고 금호그룹이 여전히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상당수를 쥐고 있는 구조가 유지되는 셈이라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번 M&A는 새로운 주인을 찾아 아시아나항공을 회생시키기 위한 목적을 갖는 동시에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일가의 영향력을 제거하기 위해 추진돼 왔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매각이 무산될 경우 과거 대우조선해양 우선협상대상자이던 한화가 인수를 포기했을 때처럼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을 떠안아야 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호그룹 역시 난감한 것은 마찬가지다. 금호그룹은 매각 대금을 받아 금호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쓸 계획이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번 인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워진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3000억원의 단기차입금 증액을 결정했다. 빌린 돈을 상환하고, 항공기 리스비 등 긴급 운영자금에 투입하기 위해서다. 이번 차입으로 아시아나항공이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금액은 1조5074억원으로, 단기 차입금은 2조3069억원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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