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육성에 집중해야 하는데 구조조정이라는 설거지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잘되어도 본전'이라는 기업 구조조정 업무에서 벗어나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싶다는 시각에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는 산은을 원치 않는 업무에 몰아넣고 있다. 쟁쟁한 대기업들마저 당장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경제 위기 때마다 구조조정 선봉장을 맡아왔던 산은의 어깨에 다시 한 번 커다란 짐이 지워졌다.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산은에 설치·조성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한국산업은행법' 개정 등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방안이나 최근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뒀음을 감안하면, 일정에 큰 지연 없이 기금이 설치·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금 관련 실제 업무를 맡아야 할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책임도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산은이 관리해왔던 부실기업을 겨우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상당한 골칫거리를 떠안게 됐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말 기준 산은이 관리하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은 58개에 달한다. 2014년 100개가 넘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부실기업이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규모다.
당장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사기로 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산은의 새로운 골칫거리가 됐다. 아시아나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실적과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계약금까지 냈던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는 슬며시 발을 빼려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에 넘기려던 대우조선해양도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코로나로 인해 기업결합심사 업무를 일시 중단하면서 매각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개선되어가던 기업들도 갑작스레 흔들려 산은을 힘들게 하고 있다. 국내 5위 해운사 흥아해운은 코로나 사태로 물동량이 줄면서 돈을 갚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지난달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국내 굴지 대기업인 두산중공업도 산은에 손을 벌린 상태다. 산은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1조원의 자금 지원을 해주면서 두산중공업의 자구안을 요청한 상태다. 이 외에도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저비용항공사(LCC) 등 항공사들에 대해서도 산은은 무담보대출 방식 등으로 자금 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구조신호에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산은 내부에서도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초 '혁신기업 육성기관'으로 변신하겠다며 단행했던 조직개편이 무위로 돌아갈 상황이다. 당시 산은은 구조조정 부문을 구조조정 본부로 축소하는 대신 지난해 신설된 혁신성장금융본부를 부문으로 한 단계 격상시켰다. 그러나 최근 본부로 축소했던 구조조정 조직을 대거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산은이 구조조정 업무에만 매달려 있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4.05%로 국내 은행 평균(15.25%)에 미치지 못한다. 산은의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2.67%로 국내 은행(평균 0.77%)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도 산은이 등 떠밀린 끝에 너무 큰 책임을 떠맡게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지금 시점에서 과거 조선업처럼 밑도 끝도 없이 자금을 계속 지원해줄 경우 산업 자체가 기형적으로 변한다"며 "구조조정 책임을 산은에 떠넘기지 말고 정부에서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이후 산은과 수은 등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은 불가피하게 3차 추경을 편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잘되어도 본전'이라는 기업 구조조정 업무에서 벗어나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싶다는 시각에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는 산은을 원치 않는 업무에 몰아넣고 있다. 쟁쟁한 대기업들마저 당장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경제 위기 때마다 구조조정 선봉장을 맡아왔던 산은의 어깨에 다시 한 번 커다란 짐이 지워졌다.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산은에 설치·조성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한국산업은행법' 개정 등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방안이나 최근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뒀음을 감안하면, 일정에 큰 지연 없이 기금이 설치·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산은이 관리하고 있는 구조조정 기업은 58개에 달한다. 2014년 100개가 넘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부실기업이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규모다.
당장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사기로 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산은의 새로운 골칫거리가 됐다. 아시아나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실적과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계약금까지 냈던 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는 슬며시 발을 빼려는 모양새다.
현대중공업에 넘기려던 대우조선해양도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코로나로 인해 기업결합심사 업무를 일시 중단하면서 매각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개선되어가던 기업들도 갑작스레 흔들려 산은을 힘들게 하고 있다. 국내 5위 해운사 흥아해운은 코로나 사태로 물동량이 줄면서 돈을 갚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지난달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국내 굴지 대기업인 두산중공업도 산은에 손을 벌린 상태다. 산은은 수출입은행과 함께 1조원의 자금 지원을 해주면서 두산중공업의 자구안을 요청한 상태다. 이 외에도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저비용항공사(LCC) 등 항공사들에 대해서도 산은은 무담보대출 방식 등으로 자금 지원을 해주고 있다.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구조신호에 응답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산은 내부에서도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초 '혁신기업 육성기관'으로 변신하겠다며 단행했던 조직개편이 무위로 돌아갈 상황이다. 당시 산은은 구조조정 부문을 구조조정 본부로 축소하는 대신 지난해 신설된 혁신성장금융본부를 부문으로 한 단계 격상시켰다. 그러나 최근 본부로 축소했던 구조조정 조직을 대거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산은이 구조조정 업무에만 매달려 있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4.05%로 국내 은행 평균(15.25%)에 미치지 못한다. 산은의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2.67%로 국내 은행(평균 0.77%)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도 산은이 등 떠밀린 끝에 너무 큰 책임을 떠맡게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지금 시점에서 과거 조선업처럼 밑도 끝도 없이 자금을 계속 지원해줄 경우 산업 자체가 기형적으로 변한다"며 "구조조정 책임을 산은에 떠넘기지 말고 정부에서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이후 산은과 수은 등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은 불가피하게 3차 추경을 편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