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전업계가 코로나19 사태에 북미 수출 전진기지인 멕시코 공장 운영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과징금 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공장 운영을 재개해야 하는지를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북미에서 가전 수요가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2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가전 업체들의 공장 대부분 가동을 멈춘 상태다. 삼성전자 멕시코 티후아나 TV 공장은 5월 3일까지, 멕시코 케레타로 가전(냉장고·에어컨) 공장은 오는 27일까지 휴무 예정이다. LG전자 멕시코 레이노사 공장은 이날까지, 멕시칼리 공장은 오는 30일까지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LG전자 몬테레이 가전공장도 지난 20~24일 5일간 가동 중단했고, 다음주 가동 재개를 놓고 내부 회의 중이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 21일 감염병 최고경보 수준인 3단계를 선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음달 30일까지로 1달간 연장했다. 즉 필수 기간산업 등을 제외한 모든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한다. 이에 한국 공장의 셧다운 기간도 자연스럽게 연장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멕시코는 이날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3842명으로 지난 15일 기준 5000명에서 열흘만에 1만명을 돌파하며 코로나19 추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는 과징금을 내면서라도 멕시코 공장 가동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는 "본사에서 멕시코는 살려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왔다"며 "글로벌 밸류체인이 망가진 상황에서 멕시코는 어떤 식으로든 가동하라고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멕시코에서 일렉트로룩스 등 일부 가전업체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생각으로 가동하고 있다. 과징금이 1억원 수준으로 적고, 일하지 않는 기간에도 직원 임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공장 가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코로나19 상황이지만 여전히 판매가 잘되고 있는 세탁기와 TV 등 제품의 공급을 위해 공장 운영을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멕시코 공장 직원수만 약 4000명으로 공장 가동을 하지 않더라도 직원 월급이 100% 나가는 상황이다.
다만 생산 가동을 결정할 경우 현지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한국 공장이 다른 업체보다 늦게 문을 닫으면서 노조에서는 불만을 크게 토로했다. 이에 이번에도 공장을 재개한다면 직원의 건강을 신경쓰지 않고, 매출만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국내 가전 업계로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가전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북미 매출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북미에서는 식료품 사재기 등이 이어지면서 용량이 큰 냉장고와 세탁기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근무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TV 시장 수요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북미 가전 시장에서 연 가전 매출의 20~30%를 올리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이 멕시코 공장을 다음달 정부 눈치를 보면서 가동할 가능성이 크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업체의 한 관계자는 "멕시코 정부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라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공장 가동 등을 멈추라고 한 상황이다"라며 "한국 업체는 본사에서 가전 공장을 어떤 식으로든 가동하라고 미션이 내려온 만큼 5월에는 가동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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