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영혼의 작가 고 장영희 서강대교수의 에세이집 ‘문학의 숲을 거닐다’(2005년)는 당시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다. 이 책의 머리말은 “그래서 문학은 일종의 대리경험이다. 다른 사람의 슬픔과 고뇌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그에게 동정을 느끼고 ‘같이 놀래?’라고 말하며 손을 뻗칠줄 모르는 사람은 진정한 인간이 될 수 없다”로 시작된다.
지난 4일 종적을 감춘 지 12일 만에 거제도에서 목격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청바지 차림으로 이 책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성추행’이라는 자신의 행동과 배치되는 행위다. 후회와 참회의 마음으로 이 책을 읽고 있었던 것일까? 심한 말더듬이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 스토리를 만든 오 전 시장의 갑작스러운 추락은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성 부족에서 비롯되었음에 틀림없다. <곽재원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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