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예금보험공사가 제일저축은행 전 감사 A씨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피고인들이 이 대출에 잘못이 있다는 것을 몰랐거나 알수없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금융기관 감사위원의 의무위반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제일저축은행은 부실 대출을 남발했다가 2011년 금융위원회로부터 부실 금융기관 판정을 받았고 이듬해 파산이 선고됐다. 제일저축은행은 2006년 1월부터 2011년 6월까지 31회에 걸쳐 고양종합터미널에 120억원을 대출해줬지만 이 중 760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이외에도 적절한 과정과 필요한 서류를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대출이 여러 건 진행됐다.
이에 예보는 A씨와 B씨가 제일저축은행 감사로 재직할 때 이사들이 내준 부실 대출에 형식적으로 서명만 하는 등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와 B씨가 감사위원으로서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을 인정해 예보에 각각 4억원과 5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저축은행 임원들이 차주의 신용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담보가치가 부족한 대출을 해줬음에도 감사위원으로서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피고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대출 승인 서류에 서명할 때에는 이미 대출이 끝난 상태여서 관리가 어려웠다고 반박했다. 또한 당시 감사위원이 경영진의 대출 의사 결정에 관여할 수 없었다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원고는 A씨와 B씨가 대출을 사전에 승인했다고 전제했다”며 “그러나 A씨와 B씨가 대출 승인 전에 서류에 서명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어 “감사위원은 '불법·부당한 대출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때'만 조사 의무를 부담한다는 판례도 인용하며 당시 경영에 관여하지 못한 A씨와 B씨가 부실 대출 정황을 알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와 B씨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며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제일저축은행 직무 규정상 1억원 이상 대출에 상근 감사위원이 내용을 사전·사후 검토하게 돼 있음에도 부실 대출 서류에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대출서류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로 검토했다면 각 대출이 충분한 채권 보전 조치 없이 이뤄지는 것임을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감사위원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이날 대법원 선고로 A씨와 B씨를 포함해 부실 대출 책임이 있는 12명의 전 제일저축은행 임원에게 총 43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액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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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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