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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외교주의’ 美 바이든...한반도 비핵화 셈법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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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박경은 기자
입력 2020-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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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대북접근 '톱다운'→'보텀업' 전환 전망

  • 북미 정상관계·비핵화 협상 원점회귀 우려

  • 美 대북정책 공백기, 北 전략적 도발 가능성

  • 文정부 비핵화 '중재자론' 또 시험대에 올라

  • 동맹 강화, '반중 전선' 압박 부메랑 될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이번 선거에서 승리를 확신한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연설에서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270명에 도달하는 데 충분할 정도로 여러 주(州)에서 우리가 승리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진=AP·연합뉴스]



제46대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기를 잡으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둘러싼 북·미, 남북 관계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미국 정권이 4년 만에 민주당으로 교체, 대북정책 접근 방식이 ‘톱다운(Top down)’에서 ‘보텀업(Bottom up)’으로 전환돼 북·미 비핵화 협상이 원점으로 회귀할 거란 관측에서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등 이른바 ‘브로맨스’로 주목 받았던 북·미 정상 간 관계 변화도 불가피하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기를 잡은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전략적 인내’로 한반도 정세를 급랭시켰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행정부의 부통령으로 ‘원칙 외교주의’ 선호자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3기’, ‘클린턴 2기’가 될 거란 분석도 존재한다.
 
◆‘전략적 인내’는 없겠지만···북·미 비핵화 진전 기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권인 트럼프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려 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이 전면 수정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오바마 때와 달리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됐다는 점에서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미국 민주당의 특성상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접근해 당분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빠른 진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또 미국 대외정책에서 북핵 문제가 뒷순위로 밀릴 수도 있다.

바이든 후보가 백악관을 장악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되살리는 것을 가장 우선순위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2015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맡으며 이란 핵 합의 체결에 지원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보다 ‘불확실성’이 적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재 정부 내 바이든 캠프와 인연이 있는 인사가 많지 않아, 양국 외교·안보 당국 소통 채널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때보다 (한·미 외교) 환경이 많이 달라져 대미 정책에 있어 접근 변화가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인사와) 네트워크부터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도 북·미 협상이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다면서 “바이든과도 대선과정에서 여러 소통 채널을 만들어 놨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오는 8~11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美 대북정책 공백 '최소 6개월'···文정부 역할 다시 시험대로
한반도 비핵화 정책이 향후 최소 6개월간 공백기를 맞이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바이든 후보가 내년 1월 미국 대통령으로 임명되고, 외교·안보진용 구축, 대북정책 수립까지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 공백기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이날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개최한 제2회 전파(前派)포럼에서 “북·미의 시간표가 안 맞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시기는 최소 6월이고, 실질적인 협상은 연말이 될 것인데, 그때까지 북한이 인내할지는 미지수”라며 북한의 전략적 도발을 우려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 3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정부의 역할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제시한 3가지 시나리오는 △북·미 간 직접 소통 △남측을 통한 북·미의 소통 △북한의 전략적 도발이다.

박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와 연결고리가 없는 북한이 남북 관계를 이용해서 미국과 소통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북한이 남측에 우호 메시지를 전달할지, 압박을 선택할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공간 확대 필요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한국이 운신의 폭을 얼마나 넓힐 수 있느냐에 따라 남북 관계의 향방도 달라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미 엇박자 위험 해소되지만…反中전선 압박 여전

바이든 후보의 대외정책 기조가 ‘동맹강화’인 만큼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상 등 그동안 한·미가 보였던 갈등요인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후보는 방위비 증액보다는 ‘한·미동맹’의 가치를 더 중시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그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앞세워 한국과의 동맹을 훼손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 역시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주장하고 있어 미국의 반중(反中)전선 참여 압박은 한층 거세질 듯하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동맹 강조가 오히려 족쇄로 작용할 거란 해석도 있다.

동맹을 앞세워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쿼드(QUAD·비공식 안보협의체) 플러스 참여를 강요하고, 그동안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온 한국 정부가 더욱 난처해질 거란 얘기다.

박 교수는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반중 전선을 형성, 한국에 동참을 요구하는 과정에서도 국제사회의 규범과 원칙, 질서를 지킬 것”이라며 “한국으로서는 빠져나갈 명분을 찾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추진 중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정책이 지연될 수도 있다. 전작권 전환 시 한국이 반중 전선에서 이탈, 미국의 대중정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서다.

특히 토니 블링컨 민주당 캠프 외교안보 참모가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장관 1순위로 꼽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블링컨 참모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부장관으로 활약하며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 후보와 호흡을 맞췄다.

블링컨 참모는 대선 기간 “중국은 우리가 경제·기술·군사·외교적으로 직면한 최대 도전”이라며 “중국과 관계는 적대적, 경쟁적 측면뿐 아니라 협력적 측면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자유민주주의 동맹이 함께 중국에 맞서 나가겠다고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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