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와 제주 역할] ①"4·3 사건 3만 영령, 남북에 화해·상생·평화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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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박경은 기자
입력 2020-11-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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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이 삼촌' 현기영 작가, 5일 제주포럼서 발표

  • "어떤 이데올로기도 인간 생명보다 안 중요해"

작가 현기영씨가 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제주포럼의 'JDC 청년평화토크쇼: 평화와 포용의 사회 구현, 청년의 역할' 세션에 참석,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박경은 기자]



"남북은 이제 증오의 감정을 걷어치우고 다시 만나 허심탄회하게 화해와 상생, 평화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작가 현기영씨가 5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진행된 제주포럼의 'JDC 청년평화토크쇼: 평화와 포용의 사회 구현, 청년의 역할' 세션에 참석, "제주 4·3 사건의 3만 영령이 남북에 촉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주 출신의 현씨는 1948년 제주 4·3 사건을 주제로 한 소설 '순이 삼촌'의 저자다.

현씨는 우선 4·3 사건에 대해 "71년 전 사건인 제주 4·3 항쟁은 청년들이 태어나기 40~50년 전에 발생한 일"이라며 "1948년 한반도에 정부가 수립될 당시 통일 정부가 아닌 남한만의 단독 정부가 수립됐고 이에 제주 민중이 반대해 봉기한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사회 대다수 모순의 근원이 남북 분단에서 야기됐다고 하지 않느냐"며 "당시 제주도민이 주장한 '분단 이 아닌 통일'은 조금도 틀린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제주 4·3 사건은 지금까지도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으로 낙인 찍혀 매도당하고 있다"면서 "살아서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던 3만의 목숨이 죽어서 공산주의자가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현씨는 또 "해방 직후부터 1990년대 초까지 반세기 동안 독재 정권들에 의해 얼마나 많은 국민이 수난을 당해왔느냐"며 "그 반세기 동안 한국민의 의식을 점거해온 것이 왜곡된 반공, 냉전 사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런 냉전 사상과 반공주의를 선택한 사람이 한국 사회 지도층에 큰 세력으로 포진해 있다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아실 것"이라며 "보수 언론이 이들을 옹호하며 여러 가짜뉴스가 생성해낸다. 참 싸우기 힘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씨는 "독재시대에 살던 사람들이 여전히 이데올로기에 지배돼 있다"며 "이런 편견이야말로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악조건"이라고 우려했다.

더불어 "청년들은 기성세대의 그런 악습에 오염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나아가 현씨는 "어떤 이데올로기도 인간의 몸, 인간의 신체, 인간의 생명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며 "수많은 인간 신체가 이데올로기에 의해 파괴당한 4·3 대참사를 통해 우리는 그 이데올로기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똑똑히 봤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4·3 사건이라는 가혹한 경험이 전 세계에 죽음이 아닌 생명을, 또 평화를 알리는 생산적 동력이 되길 희망한다"며 "이제 증오와 원한의 세월을 보내고 화해와 상생의 새 역사를 열기를 희망한다"고 피력했다.

현씨는 또한 "4·3 사건의 비극이 평화의 초석이 돼야 한다"며 "이런 과제를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인 청년 세대가 안게 됐다"고 말했다.

4·3 사건은 1948년 4월 3일에 제주도에서 발생한 소요사태와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이를 기리고자 정부는 지난 2014년 3월 매해 4월 3일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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