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선 직후 극심한 혼란을 겪는 와중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적극적인 정상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정권이 교체되는 과도기를 틈타 국제사회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우군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12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향후 열흘간 세 차례의 주요 정상회의 참석이 예정돼 있다.
오는 17일에는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어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비공식 정상회의, 21~22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계획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상술한 회의들은 화상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시 주석은 베이징에서 (각각의 회의와 관련해) 중요한 연설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복되는 국가를 감안해도 단기간 내에 수십개 국가 정상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다.
더구나 대선 불복을 선언한 뒤 조 바이든 당선인을 공격하는데 여념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들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도 낮다.
전 세계를 상대로 개방 확대 의지 등을 천명하며 영향력 확대에 나설 호기다.
앞서 지난 10일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때도 시 주석은 "다자주의는 반드시 일방주의에 승리한다는 게 역사적으로 증명됐다"며 다자 체제와 국제 질서의 수호자를 자처한 바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지금은 미국의 정권 교체기라 글로벌 리더십 공백 상태라고 볼 수 있다"며 "중국이 우군 확보에 주력할 만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15일에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서명식도 예정돼 있다.
중국이 주도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동남아시아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한다.
중국이 주장하는 새로운 경제 발전 전략 '쌍순환(雙循環)'의 한 축인 국제 대순환의 주요 수단이기도 하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를 선언하면서 표류 중이다.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 후 TPP에 복귀하기 전 RCEP 서명이 이뤄지는 건 기선 제압의 의미가 있다.
쉬리핑(許利平) 중국사회과학원 동남아연구원 주임은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미국의 지위와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TPP에 다시 합류할 것"이라며 "TPP와 RCEP 사이에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RCEP를 통해 무역 통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