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인공지능(AI), 클라우드, 5세대(5G) 등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빠질 수 없는 키워드다. 이 키워드를 병원에 접목하면 어떨까. 최동훈 용인세브란스병원장은 30일 아주경제 인터뷰에서 용인세브란스는 이 같은 물음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올해 3월 개원한 용인세브란스의 첫 선장으로는 지난해 최동훈 병원장이 선임됐다. 그는 연세대 의대를 나온 후 세브란스에서 심장혈관병원 진료부장, 심장내과장을 거쳐 심장혈관병원장, 연세의대 심혈관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병원 개원까지 1년. 최 병원장은 당시 후발주자로서 어떤 분야를 더 특화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4차산업 시대에 걸맞게 빅데이터, AI, 5G 등에 집중, 136년의 세브란스 의료 경험과 디지털을 결합한 ‘스마트 병원’을 목표로 용인세브란스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최 병원장의 선택은 주효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1년 새 5G 이동통신 데이터 사용량이 2300% 폭증했다. 의료분야에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진단(MRI) 등 영상정보를 교류하는 의료기관 간 진료 정보 전자교류 참여병원 수가 4339곳으로 전년 대비 87.3% 증가했다.
그런데 최 병원장이 생각한 스마트 병원은 독특했다. 단지 내부 기기나 시스템을 도입하는 수준이 아니다. 병원 내 ‘디지털’ 사업을 이끌 수 있는 직제를 새로 만들어 이 부서가 핵심이 돼야 스마트 병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새로운 기계를 사거나 시스템을 도입하는 정도로는 병원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디지털의료산업센터를 신설해 병원장이 바뀌어도 (디지털 사업을) 중단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최 병원장은 개원 1년 전부터 각 분야 33명의 젊은 의료진을 고용해 의료진이 디지털 기기를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시스템은 의료진을 보조하는 것이다. 결국 의료진이 디지털 기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지털 시스템을 잘 관리하고 쓸 수 있도록 병원 내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했다.
최 병원장이 구상한 스마트 병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우선 병원 내 사람간 접촉을 최소화 하면서도 환자의 편의성과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예를 들어 환자들은 모바일 앱으로 진료 절차 및 위치에 따라 맞춤형 동선을 안내받는다. 의료진은 병원 메신저 Y톡 등을 통해 환자 정보 및 관련 의료진 조회, 전체 대화, 의료자료 전달 등을 접촉 없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진행할 수 있다.
또 병원은 입원환자에게 BLE(저전력 블루투스) 태그를 제공해 RTLS(실시간 위치 추적 시스템)로 전체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빠르면 5분 만에 이동 경로와 접촉자 파악을 끝낼 수 있다.
최 병원장은 “병원 설계시 5G 기반 통신망을 구축했으며 여기에 Wi-Fi6 무선네트워크망과 BLE IoT(사물인터넷) 인프라도 갖춰 병원 내 관리를 통합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개원 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성과는 나타났다. 대한민국 디지털경영혁신대상 과기부장관상 수상했으며,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개발지원 사업’ 등에 선정되는 등 쾌거를 이뤘다.
앞으로 최 병원장은 ‘디지털 병원’ 시스템으로 글로벌 진출을 위해 병원 운영의 기초를 닦는 데 집중한다. 대학병원 차원을 넘어 아시아의 스마트 병원이란 비전을 갖고 디지털 시스템을 수출할 방침이다.
그는 “자동화시스템은 굉장히 안전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이 잘 관리하지 않으면 안전하지 않을 수 있고, 활용도가 떨어질도 수 있다”며 “디지털을 적용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 수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최동훈 용인세브란스 병원장 프로필
△1963년 출생
△1988년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2010년~현재 연세대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교수
△2012년~2016년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진료부장
△2013년~2016년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장
△2016년~2019년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장
△2016년~2019년 연세대 의과대학 심혈관연구소 소장
△2019년~현재 용인세브란스병원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