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등 중국 내 자동차 기업들이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판매가 회복되던 중 맞닥뜨린 악재다.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제재와 맞물려 이 같은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 중국경제망과 남방도시보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중국 디이자동차와 합작한 이치다중(一汽大衆), 상하이자동차와 합작한 상치다중(上汽大衆)의 신차 생산이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 내 일부 매체는 상치다중의 경우 지난 4일부터 생산이 중단됐고 이치다중도 이달 초순 생산 중단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사측도 일부 인정했다. 상치다중 측은 "신차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전면적인 생산 중단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폭스바겐 중국법인의 쉬잉(徐潁) 홍보 책임자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독일 본사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합작사들이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반도체 수급난 때문이다.
이치다중과 상치다중은 보쉬와 콘티넨탈 등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로부터 전자식 주행안정 프로그램(ESP), 전자제어장치(ECU) 등 핵심 전장부품을 공급받고 있다.
이 부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차량용 반도체가 필수적인데 여기서 문제가 터졌다.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NXP와 르네사스 등이 필요한 만큼의 물량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NXP와 르네사스 등은 생산라인 없이 반도체 설계만 하는 팹리스 업체다. 이들이 발주한 물량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가 맡아 생산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할 파운드리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스마트 오피스와 재택 근무, 온라인 강의 등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모두 반도체가 필요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공급이 달려 핵심 부품을 제때 납품하지 못하면서 자동차 생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쉬잉 홍보 책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파생된 불확실성이 자동차 전장부품 생산을 위한 반도체 공급에도 일부 타격을 줬다"며 "관련 공급 업체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가격까지 올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NXP는 원가 상승을 이유로 지난달 26일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르네사스 등도 내년 1월부터 가격 인상에 나설 방침이다.
반도체 공급 부족은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조금씩 살아나던 중국 자동차 산업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10월 중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255만2000대, 판매량은 257만3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와 12.5% 증가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11월 판매량도 273만3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조업 중단 등으로 치명상을 입었던 자동차 산업이 연말에 가까워지면서 점차 회복되는 추세다.
반도체 공급난은 폭스바겐 합작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생산 스케줄이 꽉 차 있다.
다른 업체도 상황은 비슷하다. 공급 부족 현상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미국의 대중 규제로 중국 내 파운드리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인 SMIC도 미국의 제재로 원자재 및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생산 차질이 폭스바겐 합작사에서 다른 자동차 업체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 자동차 산업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난 격"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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