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늘어나는 애플스토어, A/S는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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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0-12-1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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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애플 이용자들에게 두 가지 상반된 소식이 들려왔다.

좋은 소식은 국내에 애플 직영점이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애플은 서울 가로수길에 이어 여의도 IFC몰에 두 번째 애플스토어 애플 여의도를 연다고 공지했다. 업계에선 내년 애플이 서울 명동과 부산 해운대에 애플스토어를 추가로 세울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직영점이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제품을 체험하는 공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넘어 이용자가 받을 수 있는 A/S 수준이 그만큼 향상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나쁜 소식은 애플 직영점이 들어왔음에도 국내 이용자가 받는 A/S 수준은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빅서 게이트'가 단적인 사례다. 한 애플 이용자가 구형 맥북을 최신 운영체제 '빅서'로 업데이트하자 제품이 고장 나는 일이 벌어졌는데, 애플 직영점의 대응은 기존 A/S 대행업체와 별로 다를 것 없이 형편없었다. 영어를 할 수 있어야 A/S 매니저를 만날 수 있다는 황당한 발언까지 나왔다. 결국 이용자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항의하자 애플코리아가 부랴부랴 관련 대응을 사과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A/S를 두고 지속해서 문제가 일어나는 이유는 이용자와 기업의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용자에게 A/S란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인 반면, 기업에 A/S란 이윤을 떨어뜨리는 비용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애플처럼 대행업체를 통해 A/S를 제공하면 더 크게 두드러진다. 대행업체는 애플의 자회사가 아니며, 당연히 A/S를 제공함으로써 이익을 내고자 한다. 모두 이용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애플 직영점이 들어옴으로써 국내 애플 이용자들은 애플 A/S의 수준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적어도 애플 직영점은 이윤에 얽매이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이용자들의 권리를 지켜주리라 생각했다. 빅서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현실은 앵무새처럼 A/S 규정만 되뇌는 애플 직원들의 모습뿐이었다. 결국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애플 A/S 현실을 비꼬는 의미에서 "저 영어 못하는 데 애플 A/S 받으러 가도 되나요?"라는 밈(Meme)이 유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번 사건에 딱 어울리는 격언이다. 애플이 이용자의 문제에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만 기울였어도 일이 이 정도로 확대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애플 직영점 확대가 단순히 오프라인 매장이 늘어나는 것을 넘어 애플 A/S 수준이 그만큼 향상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국내 애플 이용자의 인내심이 슬슬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음을 애플은 직시해야 한다.
 

[사진=강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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