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금융지원에 연명했던 좀비기업들…내년 줄도산 현실화되나

코로나19 사태의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올해 대규모로 공급한 유동성이 오히려 '좀비기업'의 연명을 돕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막대한 세금이 자력으로는 생존할 수 없는 부실기업들을 지원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정부의 금융 지원이 중단될 경우 이들의 줄도산이 현실화되고, 금융권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의 금융지원이 이어지면서 올해 부실징후 기업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3508개 기업의 신용위험을 평가한 결과 부실징후 기업은 대기업 4곳, 중소기업 153곳 등 총 157곳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53곳 줄어든 수치다. 중소기업의 경우 2017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부실징후 기업 수가 감소했다.

하지만 착시효과라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표면적인 수치는 개선됐지만 잠재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낮아지고 회생신청 기업 수가 감소한 것은 정부의 대규모 금융 지원에 힘입은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2월부터 이달 4일까지 이뤄진 금융 지원 규모는 261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신규 대출은 91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실행된 기업 대출 액수(51조1000억원)의 2배 가까운 규모다. 부실징후 기업에 직접 투입된 액수만 해도 9월까지 2조3000억원이다.
 
실제로 신용평가 3사는 국내 기업들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봤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3사가 올해 들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기업은 총 39곳으로, 2016년 이후 최대치로 나타났다.

문제는 금융 지원이 중단될 경우, 부실기업들의 연쇄 부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 3월 대출 이자 유예 조치가 종료될 경우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빚이 자본금보다 많은 자본잠식 기업의 비중이 올해 2.0%에서 내년에는 최대 2.7%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 현금이 부족한 유동성 부족 기업의 비중도 2.4%에서 3배가량 높아진 7.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자칫 금융 지원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도 높다. 내년에도 기업의 유동성 사정이 금융 지원 지속 여부에 좌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내년 들어 기업의 매출이 회복되는 낙관적인 상황과 실적 개선이 지연되는 부정적인 상황에 따라 각각 필요한 유동성 규모를 추정했다. 낙관적인 상황에서도 금융 지원이 전면 중단될 경우, 기업의 유동성 부족 규모는 4조원으로 올해(1조4000억원)보다 급증할 것으로 추산됐다.

매출이 회복되지 않았을 때 금융 지원이 종료될 경우 예상되는 유동성 부족 규모는 7조7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이대로 부실기업을 방치하게 되면 내년에도 막대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은의 정책 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 제기가 나왔다. 지난달 26일 열린 제25차 금통위에서 한 위원은 기업의 부채 규모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연체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가계 부채의 경우 취약차주 문제 등 리스크 요인에 대한 점검이 다각도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부채에 대해서는 부실화 가능성에 대한 분석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부채의 리스크 요인을 보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모습. [사진=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고궁걷기대회_기사뷰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