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행정법원 [사진=연합뉴스]
지적장애인의 명의를 무단 도용해 운영된 주유소에 부과된 세금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3급 지적장애인 A씨(40)가 국가와 여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납세의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누나인 B씨의 보호를 받으며 생활하던 중 2014년 실종됐다.
A씨의 지인이었던 C씨는 2014년 3월부터 12월까지 A씨의 명의로 주유소 사업자등록을 했고 폐업할 때까지 운영을 했다. A씨의 명의로 된 주유소를 운영하던 C씨는 1억2700만원의 부가가치세와 별도의 종합지방소득세, 등록면허세 등 모든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C씨는 A씨의 명의로 신용카드도 발급받아 1600만원을 결제했고, 대부업체로부터 2500만원의 대출도 받았다.
A씨는 나중에 C씨가 벌인 모든 일을 알게 됐고, 자신의 명의로 나온 과세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세금 부과 처분은 주유소 실제 운영자가 아닌 자에게 부과된 것"이라며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A씨)의 지적장애 정도에 비춰볼 때 사업자 등록의 법률과 경제적 의미를 이해하고 주유소 사업자 명의를 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는 실제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과세 관청도 이 사건 처분 당시 간단한 사실확인만 했더라도 원고가 실제 경영자가 아님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