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 빚 갚으려 300억원대 유상증자…소액주주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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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기자
입력 2021-09-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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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기업 동방이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투자 확대가 아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다 보니, 이 같은 발표 이후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출처=동방 홈페이지]

지난 27일 동방은 306억8000만원을 유상증자한다고 발표했다. 306억원 중 270억원을 차입금 상환(99회 사모사채·기업어음·100회 사모사채)에, 나머지 금액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사모사채 200억원은 이번 유상증자의 대표주관사인 DB금융투자에 발행한 것이다.

1957년 설립된 동방은 항만하역, 육상운송, 해상운송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쿠팡 물류 전담 운송사이기도 한 동방은 올 초 쿠팡의 나스닥 상장 수혜주로 꼽히며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20일 1760원이었던 주가는 급등세를 거듭, 5개월이 지난 2월 18일에는 약 8배 뛴 1만395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가 급등은 경영권과 지배력을 모두 갖고 있는 오너 일가에게도 차익실현의 기회였다. 주가가 8배 이상 뛰자 김형곤 동방 회장 등은 227만5617주(5.92%)를 시장에서 매각했다. 이는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 가운데 5분의1 수준이었다. 오너 일가의 매도는 2월 15일부터 3월 5일에 집중됐다. 이후 동방의 주가는 반토막나며 7000~8000원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했다.

동방의 주가는 한 차례 더 하락했다. 8월 17일 큰 폭으로 또 한 번 레벨을 낮췄는데, 이 때는 동방의 반기보고서가 공시된 시기다.

쿠팡의 수혜 기대감이 정작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방의 상반기 말 연결 기준 매출액은 271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3.9%로 지난해 상반기 말의 2.8%에 비해서는 개선됐으나 지난해 전체 기준 4.3%와 비교해서는 뒷걸음질 쳤다.

주가가 급락했지만 그래도 5000~5500원에서 지지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00~2000원과 비교해 2~3배 높은 가격에서 횡보를 했다.

그리고 동방은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다. 아직은 작년 대비 높은 주가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주가가 낮을 때보다 높을 때 유상증자를 실행하면 지분 희석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오너 일가가 높은 주가를 활용해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오너 일가는 100%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지분 희석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3835원(예정가)에 매수, 8000~1만원에 매도한 주식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재매수할 수 있게 됐다.

동방은 재무 상태가 우수하다고 볼 수 없지만 나쁘다고도 보긴 어렵다. 동방의 지난해 연결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610억원이고, 순차입금은 2574억원이다.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4.2배 수준이다. 순차입금/EBITDA는 차입금을 영업이익으로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지표다. 가장 최근 육상운송 관련 신용평가 보고서를 낸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육상운송업권의 2009~2018년 10년 평균 순차입금/EBITDA 비율은 4.4배이고, 2018년만 놓고 보면 5.6배다. 요약하면, 동방은 업계 평균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입금 상환을 위해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은 소액 주주들을 외면한 행동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여력이 있음에도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서 주식을 발행한다는 것은 전형적으로 소액주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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