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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동방 홈페이지]
1957년 설립된 동방은 항만하역, 육상운송, 해상운송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쿠팡 물류 전담 운송사이기도 한 동방은 올 초 쿠팡의 나스닥 상장 수혜주로 꼽히며 크게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20일 1760원이었던 주가는 급등세를 거듭, 5개월이 지난 2월 18일에는 약 8배 뛴 1만395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가 급등은 경영권과 지배력을 모두 갖고 있는 오너 일가에게도 차익실현의 기회였다. 주가가 8배 이상 뛰자 김형곤 동방 회장 등은 227만5617주(5.92%)를 시장에서 매각했다. 이는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 가운데 5분의1 수준이었다. 오너 일가의 매도는 2월 15일부터 3월 5일에 집중됐다. 이후 동방의 주가는 반토막나며 7000~8000원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했다.
동방의 주가는 한 차례 더 하락했다. 8월 17일 큰 폭으로 또 한 번 레벨을 낮췄는데, 이 때는 동방의 반기보고서가 공시된 시기다.
쿠팡의 수혜 기대감이 정작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방의 상반기 말 연결 기준 매출액은 271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3.9%로 지난해 상반기 말의 2.8%에 비해서는 개선됐으나 지난해 전체 기준 4.3%와 비교해서는 뒷걸음질 쳤다.
주가가 급락했지만 그래도 5000~5500원에서 지지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00~2000원과 비교해 2~3배 높은 가격에서 횡보를 했다.
그리고 동방은 유상증자 카드를 꺼냈다. 아직은 작년 대비 높은 주가를 최대한 이용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주가가 낮을 때보다 높을 때 유상증자를 실행하면 지분 희석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오너 일가가 높은 주가를 활용해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오너 일가는 100%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지분 희석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3835원(예정가)에 매수, 8000~1만원에 매도한 주식을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재매수할 수 있게 됐다.
동방은 재무 상태가 우수하다고 볼 수 없지만 나쁘다고도 보긴 어렵다. 동방의 지난해 연결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610억원이고, 순차입금은 2574억원이다.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4.2배 수준이다. 순차입금/EBITDA는 차입금을 영업이익으로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지표다. 가장 최근 육상운송 관련 신용평가 보고서를 낸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육상운송업권의 2009~2018년 10년 평균 순차입금/EBITDA 비율은 4.4배이고, 2018년만 놓고 보면 5.6배다. 요약하면, 동방은 업계 평균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입금 상환을 위해 유상증자를 선택한 것은 소액 주주들을 외면한 행동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여력이 있음에도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서 주식을 발행한다는 것은 전형적으로 소액주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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