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국제통상특보단장인 김현종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미국 행정부 및 정계 고위 인사들과 연쇄 접촉했다. 한·미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이 막바지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양국 간 동맹을 강화하고 이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을 설명하기 위한 만남으로 풀이된다.
6일 여권에 따르면 김 단장은 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과 50여분간 단독 회동했다. 조 바이든 정부에서 '아시아 차르(황제)'라고 평가받는 캠벨 조정관이 한국 측 인사와 장시간 단독 회담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무부 차관보를 지내며 ‘아시아 회귀’ 정책을 고안한 캠벨 조정관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대(對)아시아 정책을 총괄하는 총책으로 발탁됐다.
그는 북핵을 비롯해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로 2011년 '포스트 김정일' 시대의 대북정책을 조율하기도 했고, 바이든 정부에선 중국 견제 구상 총책을 맡으며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회담의 자세한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김 단장은 한·미 동맹 강화 방안을 중심으로 한 이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을 미국 측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 단장은 캠벨 조정관에 이어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의 롭 포트만 의원, 군사위원회의 조니 언스트 의원과도 연이어 만나 ‘원자력추진잠수함(핵잠수함)’과 같은 민감한 현안도 논의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래 자주국방의 일환으로 독자적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 가능성을 미측에 타진해왔다. 다만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하는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 등에는 특별한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영국과 호주 등 핵심 동맹국에는 관련 기술을 공유하고 있어 한·미 동맹 강화를 통한 기술 지원 논의가 차기정부의 핵심 과제로 꼽히고 있다.
김 단장은 이 후보가 한·미 동맹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핵잠수함 기술 이전은 물론, 최근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까지 미국의 협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후보도 지난달 25일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한·미동맹의 공고한 발전, 한·중의 전략적 협력 관계 증진은 실용외교의 근간"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정부에서 속도가 나지 않는 종전선언을 차기 정부에서 이어가기 위해 미국 측의 지지와 협조를 구했을 가능성도 크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에 승부수를 띄우고 대북 라인을 총가동 중이지만, 이번 정부의 '레임덕'이 종전선언 추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진단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문 대통령도 '차기 정부'를 강조하며 장기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을 접견하고 "우리 정부는 차기 정부에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을 물려주기 위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했다"며 "한반도 평화 여정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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