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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기록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거점에서 물품을 생산, 일본 국내에서 판매하는 기업들은 비용 상승에 따른 실적악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한편, 일본 송금 시에는 긍정적인 면이 발생하는 등 최근의 환율이 향후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 재유행과 우크라이나 정세에 더불어 예상하지 못했던 엔화가치 하락이 이대로 이어진다면, 일본 기업들은 서프라이 체인 재구축도 고민해야 할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달러엔환율은 28일 일시적으로 125엔까지 치솟아, 2015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RB)는 이달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 목표를 기존 0.00~0.25%에서 0.25~0.50%로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내에 총 6회에 걸친 금리인상을 단행하겠다고도 시사했다. 한편 일본은행은 단기금리 -0.1%, 장기금리 0.25%를 유지하는 등 대규모 금융완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미일간 금리 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 달러엔 환율 상승 압박이 거세졌다.
많은 기업들 입장에서는 현재의 엔화가치 하락은 예상범위를 크게 벗어나고 있으며 사업전망의 불투명성은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스즈키 히로후미(鈴木浩史)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 시장영업총괄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거의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미일간 금리 차를 감안하면 달러엔 환율 상승압박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이라며, 달러엔 환율이 100~110엔 수준으로 안정화되기까지는 1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정세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쿠마가이 쇼타로(熊谷章太郎) 일본총합연구소 주임연구원은 “2014년 이후 원유가격이 급락하고, 엔고 압박이 강해진 예가 있다”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정전합의가 예상 외로 원만하게 진행되고, 원유가격이 대폭 하락하게 된다면 환율은 110엔 전후로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 정세가 교착상태가 이어지거나 긴장이 고조된다면, 원유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미국 금리와 관련해서 쿠마가이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엔화가치 하락 압력이 약해지기까지 약 2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 아시아 통화, 매도국면 이어질 수도
일본 경제산업성이 실시한 조사(‘제50회 해외사업활동기본조차’, 2020년 9월에 실시)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일본 기업(현지 법인)이 일본에서 원자재와 부품을 조달하고 있는 비율은 23.6%. 일본에 대한 판매비율은 16%. 엔화가치 하락이 기업실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구마가이 연구원은 “업종과 거래처 구성, 가격전가의 용이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철강산업 등 해외에서 일본에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 재차 수출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비용증가와 수출가격 상승이 서로 상쇄되는 효과가 있어,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반대로 소매업 등 원자재나 상품을 해외에서 수입해 일본 내에 판매하는 업종은 가격전가가 어렵고 비용상승에 따라 실적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스즈키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의 해외이전이 많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전처럼 엔화가치 하락이 그대로 수출증가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일본에 송금할 때라든가, 일본에 송금하지 않더라도 엔으로 환산 시 수취액은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실적이 좋아지는 기업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달러엔 환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현지 통화의 가치가 낮아지게 된다면, 실적에 미치는 플러스 효과는 그만큼 상쇄된다. 스즈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금리인상 사이클에 진입했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상승으로 혼란이 발생해 아시아의 통화가 계속 매도되는 국면도 조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향후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면서 재무전략을 수립해 나가야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 일본인의 관광수요는 아시아 지역에 훈풍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연간 2000만명의 일본인이 해외여행을 위해 출국했으며, 그 중 많은 인원이 아시아 지역 국가를 방문했다. 일본 내 물가상승과 함께 엔화가치가 크게 하락하게 되면, 일본인의 해외여행 욕구가 감소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스즈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엔화가치 하락이 아시아 국가들의 일본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국과 대만 등의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과 거리가 가까우며, 저렴하게 관광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여행지를 미국, 유럽에서 아시아로 바꿀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구마가이 연구원도 “원유가격 상승에 따른 항공기 유류할증료 상승 및 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구매력 저하 등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1년은 신종 코로나로 인한 출입국 규제의 영향 쪽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출입국 규제가 완화되면 엔화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간 해외에 나가지 못했던 욕구가 분출하는 ‘보복소비’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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