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 슈피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번 분기 매출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말까지 신규 고용을 중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슈피겔은 "향후 몇 달 동안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기존 팀원들의 생산성 향상으로 나타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는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경제전문지 포춘은 "기술시장이 경제적 압력에 흔들리면서, 많은 거대 기술기업들이 인력 감축이나 신규 고용 축소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 넷플릭스, 트위터, 리프트, 우버, 도어대시, 코인베이스, 로빈후드 등 코로나19 확산기에 주식시장에서 엄청나게 주목을 받았던 기업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메타는 최근 일부 엔지니어 직무에 대한 신규 채용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타의 CFO 데이비드 웨너는 이 같은 결정의 배경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데이터 프라이버시 변화와 산업 전반의 침체 등을 꼽았다.
넷플릭스 대변인은 "(1분기) 실적 발표 때 설명했듯이 수익 증가 속도가 둔화하면서 회사의 입장에서는 비용 증가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고 이번 해고의 배경을 설명했다.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올해 1분기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넷플릭스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40%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문제는 넷플릭스 가입자가 2분기에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던 코로나19 팬데믹 효과는 줄어드는 반면 애플TV플러스를 비롯해 경쟁사들이 크게 늘어난 것도 부담이 됐다.
인수가 논의되고 있는 트위터의 경우, 현재로서는 직원을 해고할 계획은 없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에 나설 때를 대비해 채용을 동결했다.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도 시장의 침체로 올해 채용을 축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공용차 서비스인 우버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우버의 CEO 다라 코스로우사히는 이달 채용 감소를 발표했다. 코스로우사히는 직원들에게 "다가오는 기간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며,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어떤 곳에서는 앞으로 전력질주를 하기 위해 후진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지금 우리는 이전보다 적은 돈으로 더 많은 것을 해내야 하는 시기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온라인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올해 4월 전체 인력의 10%를 감원했으며, 협업 소프트웨어 업체 뮤랄과 온라인 자동차 대리점 카바나도 최근 인력 감축에 나섰다.
포춘은 "이 같은 인력 감축은 최근 시장의 관심이 장기적 성장에서 단기적 이익으로 옮겨가면서 발생한 현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비용만 늘리고 있으며, 장기간 견딜 만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비용을 축소하는 것과 동시에 이윤은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손익분기점을 돌파해야 한다는 부담도 느끼고 있다.
리프트의 대표 존 짐머는 “우리의 단기적인 행동 계획의 목표는 이익을 증대하는 데 있다"고 지난 24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모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짐머 대표는 “우리가 그것을 좋아하든 말든 오늘날 시장에서 들어가는 방안은 그것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비용 감축을 위한 추세의 변화는 기술 기업 사이의 고용 지형도 바꾸고 있다. 포춘은 "거대 산업과 초라한 신생 기업들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기술 부문에서 고용세는 여전히 강한 편이다. 미국 컴퓨팅기술산업협회(Computing Technology Industry Association: Comp TIA)에 따르면 올해 들어 4월까지 기술 직업 채용 공고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알파벳, 아마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뛰어난 기술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오히려 임금을 인상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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