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휘발유 소비자 평균 가격은 갤런(1갤런=3.8L)당 4.9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 만에 65센트가 오른 것이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인 지난 3월 14년 만에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 선을 넘은 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상품 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져, 경제 전반의 물가를 끌어올린다. 더구나 높은 휘발유 가격은 인플레이션 기대치에 영향을 미치며 소비심리를 위축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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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주유소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이와 관련 그는 “공급 측면이 아닌 수요 측면이 주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비싼 휘발유 가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자동차 구매를 중단했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신용카드 이용이 늘면서 소비자들의 부채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잔디는 “중하위 소득 가구가 대출을 받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50달러 또는 6달러에 도달할 경우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봤다. 이는 석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에 도달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잔디는 “경제가 얼음판 위에 있다”며 “향후 12개월간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은 3분의1”이라고 했다.
다만 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과 비교했을 때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이 훨씬 좋아졌다고 지적했다. 임금 상승과 강력한 고용 시장 덕분에 물가 상승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마스터카드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미셸 메이어는 “탄탄한 고용 시장과 함께 가계에 초과 저축액이 있는 점이 2008년과 다르다”며 “2008년에는 가계 대부분이 저축액이 없고 부채만 많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08년과 다른 점은 하이브리드 및 전기자동차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코로나를 겪으면서 원격근무 등이 늘어 출퇴근에 유연성이 생겼다.
임금 상승률 등을 감안할 경우 현재의 휘발유 가격이 2008년 당시처럼 너무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웰스파고의 수석경제학자인 사라 하우스는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41달러 정도는 돼야, 2008년 수준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에너지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JP모건은 휘발유 가격이 8월까지 갤런당 6.2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지난 3월 유가는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하락했다. 그러나 유가는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인다. 유럽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 조치와 중국의 봉쇄 완화 조치로 인해 유가는 더 오를 수 있다.
가스 버디의 애널리스트인 패트릭 디한은 휘발유 가격 상승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면서도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다시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허리케인이 발생하거나 정유 공장의 가동에 문제가 생기면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5.50달러 혹은 6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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