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철회에도 화물위탁사의 '나홀로 파업'으로 하이트진로가 주류 도매업체로부터 손실보전 요구까지 받는 등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파업 장기화로 피해가 확산되자 하이트진로는 불법 시위에 대한 '강경 모드'로 태세를 전환하며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앞으로 제품 생산과 물류, 영업에 차질을 빚은 부분까지 총 손해액을 산정해 순차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파업에 소주 출고율, 평시의 80% 수준...손해배상 카드 꺼냈다
하이트진로는 21일 "화물연대 불법 집회에 적극 가담한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를 상대로 지난 17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전날 하이트진로가 운영 중인 이천·청주공장의 소주 1일 누적 출고율은 평소의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천·청주공장은 참이슬·진로 등 하이트진로 소주 제품 생산의 70%를 담당한다.
문제는 파업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이다. 화물차주들은 파업의 뜻을 굽히지 않을 태세다.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가운데 화물연대에 가입한 차주 130여명은 이날 현재까지도 이천·청주공장에서 파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공장 진입로를 대형 화물차량으로 막고 제품 출고를 방해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지난 14일 밤 늦게 총파업 철회를 선언했지만 수양물류 소속 차주들은 △휘발유 가격 급등에 따른 운임 30% 인상 △고용 승계 및 고정 차량 인정 △공병 운임 인상 △공차 회차 시 공병 운임 70% 등을 요구하며 여전히 파업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천·청주공장은 참이슬·진로 등 하이트진로 소주 제품 생산의 70%를 담당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0일 이후 운송위탁업체 2곳과 추가 물류계약을 맺고 1일 소주 출고율을 20%가량 끌어올렸지만, 파업이 끝나지 않는 한, 소주 공급난 문제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한때 소주 평균 출고율은 지난 7일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평시의 38% 수준까지 크게 떨어지면서 시중에서 제품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도매상들, 손실보전 요구...하이트진로, '불법 시위' 대응 수위 강화
하이트진로도 더 이상 파업을 지켜볼 수 만은 없는 처지에 놓였다. 주류 도매업체들의 움직임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주류 도매업체의 이익단체인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는 최근 하이트진로 측에 화물차주 파업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함께 파업으로 손실을 입은 도매상들에게 손실보전을 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파업 기간 동안 개별 주류 도매업체들은 하이트진로 생산공장에 직접 운송차량을 보내 자체적으로 제품 수급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개인 도매상들은 물류비, 인건비 등 적잖은 비용을 스스로 감수해야 했다. 주류도매업중앙회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최근 하이트진로에 사태 해결과 손해보전을 요구했고 업체별 피해비용을 산정하고 있다"며 "도매업체가 직접 하이트진로 공장을 방문해 제품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파업 때문에 충분한 물량 확보도 어렵지만 인건비, 유류비 등 비용은 계속 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파업은 수양물류와 소속 화물차주가 풀어야 할 문제이지만, 파업 장기화에 따라 도매상까지 연쇄 피해가 발생한 만큼 하이트진로는 강경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현재 이천·청주공장에서 진행 중인 화물차주들의 파업이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다. 다른 화물차주들과 공장 직원들을 향해서도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하며 시비를 걸고 있다"며 "이번 소송은 전체 피해 규모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도매상까지 피해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앞으로도 불법 시위에 대해선 소송 등 강경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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