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집중호우로 인한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을 막기 위해 재보험금이 충당돼 적정 손해율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손해보험사들은 내년 재보험료 할증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재보험 보상이 늘면 재보험사가 손해율 관리 차원에서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형사고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손보사들이 재보험료 비용을 늘리는 상황 속에 관련 비용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업계 상위 5개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의 지난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모두 80%를 상회했다. 삼성화재는 전월 대비 3.5%포인트 높아진 83%를 기록했다. DB손보는 전월 대비 6.2%포인트 상승한 83%를, KB손보는 3.7%포인트 높아진 83.1%로 집계됐다.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는 전월 대비 각각 2.8%포인트, 2.4%포인트 상승한 80.9%, 8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수도권을 강타한 집중호우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8일부터 23일까지 내린 집중호우로 손보사가 접수한 침수 차량은 1만1988대, 손해액은 1549억원으로 추산된다. 관련 업계는 재보험금이 조달되면서 지난달 손해율이 그나마 손익 임계치에 다달았다는 평가다. 재보험금이 없었다면 손해율이 90%에 육박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는 통상 사업비를 고려해 '77~80% 초반대'를 적정 손해율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보사의 재보험 보상 할당량 소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집중호우에 대한 전체 피해액 중 70%가량이 재보험금으로 충당됐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최근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자료를 통해 8월 집중호우로 인한 손보사 손해액은 재보험 가입에 따라 4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손보사들은 내년 재보혐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대규모로 재보험금 지출이 이뤄지게 되면 재보험사 역시 자체 손해율 관리를 위해 재보험료를 할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일부 손보사들은 재보험료 비용이 부담돼 이달 힌남노 태풍 피해에 대해서는 재보험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자연재해는 물론 다양한 업종의 사업장이 증가함에 따라 고액 사고도 비례해 증가하고 있어 재보험료 비용을 늘리고 있다"며 "이번 집중호우 피해를 처리하면서 재보험 보상 할당량 소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손보사들의 내년 재보험료 비용 부담은 더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올해 상반기 손보사의 재보험료 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개별 기준 올해 상반기 손보업계 상위 5개사의 재보험료 비용은 총 3조1194억179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조6100억6859만원) 대비 19.5% 증가한 수치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전년(4조7975억9151만원) 대비 15.5% 증가한 총 5조5415억3757만원의 재보험료 비용을 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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